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만초니, 약혼자들 (1) - 서문 : 악마의 계략과 인간의 악의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8. 11. 26. 20:33

절판된 책을 사러가는 길은 즐겁다. 거리가 조금 멀다해도.....

만초니의 소설, <약혼자들>이다.


그런 즐거움이 깨어지는 순간이 곧 오는 법이니,

우선, 서문에서 턱~ 막혔다.


국내 마땅한 자료가 없어 일본사이트를 구글링을 하고서야 조금 이해가 되었다.

겹따옴표로 기술된 내용은 만초니가 발견한 양으로 기술되는 17세기의 手稿를 인용하는 형식이다.

(그런 내용을 모른 채 서문을 읽었으니.....자세히 보면 인용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번역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주석의 친절함이 필요해 보였다.)

거듭 번역자에게 미안하지만, 만초니 식의 형용사로 수식된 명사에 대해서는 조금 번역의 주의가 필요한 듯 하다.


만초니는 17세기 手稿를 인용하면서 말한다.

"기억할 만한 사건들이 민중에게 발생해도 나는 그 사건들에 대한 정보 알고 있으면서 사소한 일에 대해서 후손에게 환기시키고,

오직 순수하게 이야기를 하거나 보고서를 만들 것이다."

- 우리말의 호응이 조금 매끄럽지 못하다. 나의 어법에서는. 이 부분은....

(힘들게 옮겨주신 분께는 더없이 죄송하지만)

주어와 술어의 불호응, 주어의 부재 혹은 주어의 혼재 속에서 맥락을 이해하려니 어렵기 짝이 없다.

우리말로 옮긴 시제도 적확한지도 그러하고, 접속어를 적절히 옮겼는지도, 읽기에 방해가 되었다. 

동일 문장내애서 긍정과 부정의 혼재로 맥락이 연결되지 않음으로 인한 되돌이 독서....

영문판이라도 구해서 꼼꼼히 읽어 보아야 할 판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들......


"협소한 무대에서 극악무도한 행동에 대립된 천사같은 선행 및 덕망 높은 행동을 통해

소름끼치는 비극과 거대한 악행의 장면을 보게될 것이다." 

- 아마도 독자가 보게 될 것이다로 이해된다. 그러나 선행과 덕망의 행동을 통해 악행의 장면을 보게될 것이란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다.

  비극의 주체와 악행의 주체는 누구인지? 선행과 덕망 높은 행동의 주체는 또 누구인지?


"우리 민중들이 카톨릭 왕....의 보호를 받는 걸 고려할 때,

그리고 민중들 위에서 이미 기울어진 달은....도처에 그 빛을 확산시켜 고상하디 고상한 하늘을 이루는 걸 고려할 때,

경솔한 사람들을 통해 증폭되는 은밀한 행동과 악행과 학대를 일삼는 지옥으로 변해버린 그 하늘을 보면

악마의 계략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의 악의 그 자체로....민중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많은 영웅들에 맞서서는 안 될 것이다."

- 누가? 그리고 경솔한 사람들은 또 누구인지? 인간의 악의 그 자체로 맞선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만초니가 소설을 쓰게된 이유가 서문에 언급되어 있다.

'그렇게 아름다운 역사가 알려지지 않은 채 있어야 한다는 게 유감스러웠다.

그것이 역사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달리 보일 수 있겠지만 내겐 아름답게 비쳐졌기 때문이다.

...이 원고에서 일련의 사실(?역사적 실체)들을 얻어서 다시 그것을 말할 수 있을까?'


'위에서 말한 모든 반박과 답변을 순서대로 제시하기 위해 그것(?)들을 찾아낼 시점에 이르렀을 때,

불행히도 그것들은 책 한 권 분량이었다. 그런 사실(?내용)을 알았으므로 우리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런(?17세기 작가의 문체를 수용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비판에 대해 반박하려는 생각) 생각을 제쳐두었다.

독자도 이유가 합당하다고...

첫번째 이유는 다른 책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 책은, 아니 다른 사람의 문체를 정당화하는데 사용된 문체는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그런 책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한 권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 지나치게 많은 관용지시어의 사용과 번역투의 사용으로 지시어가 가리키는 내용을 알기 어렵고,

   아마도 저 '사실'은 단순히 '것'쯤으로 번역하는 게 맞을 듯 한데...

   마지막 문장의 호응도 이상해져버렸다.

  

그나마 다행스런 구석은,

본문의 아름다운 문장은 이러한 서문의 혼란을 잠재우기 충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