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 167

제주 영실 (靈室)

굿당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일지도.500장군할망의 전설이 깃들었다니, 기도발이 먹힐 만한 곳이었다.병풍바위 아래 쪽에 물길 좋은 곳이라면 신당이 있을 법도 하겠지만,탐방로에서라면 접근은 어려워 보였다. 스토리 텔링도 없는 '신들의 거처'라니.....어줍잖은 서양식 번역어에 가까운 설명이고 보면,차라리  기도발 먹어주는 '기도처'가 나아 보인다. 병풍바위가 보이는 곳으로 올라간다. 조릿대 낮게 깔린 사이로 잎을 떨군 수목의 풍광이 아름답니다.잎이 있다면야 잎대로 아름다왔을 것이다.   한라산 백록담을 둘러싼 남벽이다.  구상나무 고사목 군락지. 벼락맞은 대추나무가 저럴까 싶다. 영실 탐방로에서는 백록담을 보지 못한다.언제나 아쉬움을 이리 남기는 것은 다음 여행을 기약함일지도.

시코쿠 오헨로길 26 - 은하철도 999의 시발역

44번 절집을 찾아가는 길에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는 기차역, 新谷 Niiya은하철도 999의 시발역이라고 한다.만화가의 어린 기억에 남아있던 마을,神南山(かんなんさん)과 증기 기관차蒸気機関車의 기억이 만화의 모티프가 되었다는데....내가 순례를 나선 2023년 만화 작가 역시 세상을 떠났다.

양양 진전사지 3층석탑, 속초 신흥사의 무염無染스님의 나무부처님

양양 들른 길에 진전사지를 찾았다. 국보 122호 진전사지 3층석탑이 있는 곳이다. 남북국시대 신라의 석탑전형을 따른 듯하다. 겹벚꽃은 아직 봉오리가 덜 여물었지만, 수령이나 수형이 자못 당당하여 세월의 무게를 일러준다. 아래로부터 살펴보자면 지대석 위의 하대석에는 비천상으로 보이는 8 부조물이 조각되어 있으며, 상대석에는 8부신중이 조각되어 있다. 나의 눈에는 가릉빈가와 건달파 정도가 정도가 보일 뿐이다. 그위 1층 탑신에는 각 방향에 4면불이 새겨져 있다. 수인으로 보거나 하면 약사불도 보이고, 아미타불도 보이는 정도이다. 비례가 좋아 안정감이 있으나 상륜부는 도난되었거나 혹은 소실된 것으로 보인다. 비례가 깨어진 그 부분이 아쉽다. 저 정도의 조각을 새길라치면 공덕주의 쌀가마니 꽤나 들었을 것이다...

사우디 리야드Riyadh의 휴일은 아니지만....흙벽 망루 혹은 Watch Tower

인간의 욕망은 좀더 높은 곳에서 타인의 욕망을 지켜보는 것일 겁니다. 싸움의 한 때, 저 곳은 전사들의 형형했던 눈빛이 별빛 같았을 곳일런가, 혹은 잠시 숨을 고르고 등 뒤의 가족을 생각하던 곳일런가. 이제 대부분의 망루들은 흙벽을 다시 바르고 예전의 모습을 알기 어렵습니다. 새로이 놓이는 도로에 걸린다고 어딘가로 다시 옮겨 지어져 본래의 곳과 뜻을 잃었습니다. 때로 비가 오는 날이 있긴 합니다. 중동의 한 곳이라 하여도. 그럼에도 저리 낡아 세월을 버틴 망루를 보는 일은 즐거움입니다. 본래의 곳과 뜻의 자리인지는 쉬 알기 어렵지만 그저 저리 버틴 세월을 보는 것은 늘 즐거움입니다. 세상 낡아가는 것들에게 영광이!

사우디 리야드Riyadh의 휴일-박물관 옆 옛 흙벽집

1월 하순에 도착한 리야드에서 이제 완연히 더위를 느낍니다. 오후 1시께 출발하여 1시간 반의 거리를 걷는데 힘에 부칩니다. 그래도 이리 마음을 내지 않으면 저 오래된 흙벽집은 나의 기억에서 멀어질 것입니다. 해서 흙벽집 하나를 보러 길을 나선 참이었습니다. 사람도 오랜 시간 후에는 스러지는데 흙벽집인들 아니 그럴까요. 그래도 전통적 구조양식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대부분의 문화재?가 보수되어 제 모습을 읽고, 예전의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 여기 사우디의 현실 같습니다.

사우디 리야드Riyadh의 휴일-사우디 국립 박물관

정면 사진은 없네요..... 박물관 뒤편의 정원입니다. 물을 흘려두는 곳이라 천국인 셈인지..... 유물관은 좀 썰렁합니다. 역사를 증명키 위한 돌덩이와 고대 인류의 그림과 낙서, 그리고 오랜 문자 형상들을 전시해두었습니다. 이게 아마도 생활 용구의 종합판일 겁니다. 찻주전자와 향을 태우는 향로 등이 보입니다.

사우디 리야드Riyadh의 휴일 - Al-Turaif

비님이 오십니다. 중동 사우디 리야드에 비님이 오시는 날, 설날을 잡아 리야드 북쪽의 Diriya 역사지구로 갑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Al-Turaif 입니다. (인터넷 사전예약이 필요합니다. Al-Turaif만 본다면 무료입니다. 아마도 인원수 조정이나 식당연계권의 판매 때문일 겁니다.) 근처의 카페촌은 요즘말로 핫플레이스 같은 느낌입니다만 저의 관심은 아닌지라.... 이 건물이 아마도 Salwa Palace일 겁니다. Saud 왕조의 랜드마크일 겁니다. 건축박물관에는 외벽의 배기 목적 삼각창을 모사한 모형이 있습니다. 길 바닥이 젖었다며 통로를 열어주지 않아 바깥 풍광을 먼저 담습니다. 간헐천이라는 Wadi 건너편에서 바라본 Al-Turaif 사우드 왕조터입니다. 날씨가 좋았다면 색감이 ..

사우디 리야드Riyadh의 휴일-Al-Masmak 요새

난전 Souq Al-Zal을 찾아나선 길입니다. 난전은 야시장이라야 제 맛일 겁니다만. 훤한 대낮에 찾아갑니다. Al-Masmak 요새입니다. 저는 늘 문짝에 관심이 많습니다. 문짝의 구조적 형식이며, 문양이며, 그리고 문지방과 인방틀 등등. 너무 이른 시각의 방문이라 대부분의 야시장 Souq의 문은 닫혀있습니다. 향나무를 태우는 향로도 있고, 아라비아 찻주전자도 보입니다. 원래는 낙타 가죽 제품이 유명한 모양인데..... 한 토산품점의 낙타입니다. 중국산이 태반입니다. ....

시코쿠 오헨로길 25 - 찰소 (札所)

시코쿠 길을 걷다 보면 일본식 한자로 씌여진 안내판 등을 보게 된다.우선 우리네도 사용하는 용어부터 정리하자. 寺刹 : 사 寺는 절집(사)이나 관청 (시)을 뜻한다. 원래 자형은 발(止)을 손(又)으로 떠받들고 있어 모신다는 의미라고 한다.          찰 刹은 범어 刹多罗 산스크리트 क्षेत्र (kṣetra, “land, domain”)에서 온 말로, 역시 절집을 의미한다. (참고로 내가 곧잘 사용하는 '절집'이란 표현이 불교를 낮추는 것이란 시각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당우'나 '전'이란 한자를 쓰면 높임이 된다는 시각에는 반대한다. 그러고 '집'이란 '짓다'로 표현되는 언어의 아름다운 원형이다.) 걷다 보면 만나는 표지판 등에는札所 (찰소, ふだしょ )라고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