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쇠뜨기 푸룻푸룻한 철길, 올리브빛 더미를 감싼 방수포 퍼덕이며 서쪽으로 달리던 화차와 좁아진 운동장 낡은 교사(校舍), 먼지가 사르락거리던 노을 빛 마루에 남겨진 시간과 가쁜 숨으로 가랑가랑한 파도를 밀쳐내는 경화동 2가, 큰 대섬 작은 대섬을 돌아나오는 할메 뱃가죽같은 파도의 소리와. 느티는 항상 작은 열매를 후둑이며 유혹했지만 타박타박 집으로 가는 소년, 동무같은 제 무게를 뒤로 남기는 땅거미, 나의 손 끝은 늘 그 저녁으로 닿지 못하여 골마루 촛칠광을 내던 맑갛게 반질거리던 깻돌을 만지작 거린다. 한꺼번에 가질 수 없는 것들. 타닥 타닥 교사를 무너뜨리는 발동기 엔진의 숨가픈 소리와 바다를 떠난 갈매기의 멀고 또 가까운 울음과 분필을 털어내는 소년의 늦은 오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