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218

동파(東坡) 소식(蘇軾) - 동란이화(東欄梨花)

梨花淡白柳深青 (이화담백 유심청) - 동쪽 난간 배꽃 옅은데 버들은 더욱 푸르고柳絮飛時花滿城 (유서비시 화만성) - 버들 솜털 흩날릴 때 온 동네 배꽃이 지천이다惆悵東欄一株雪 (추창동란 일주설) - 설워라 동쪽 난간 한 그루 눈꽃人生看得幾淸明 (인생간득 기청명) - 우리 생에 저리 맑은 날 또 몇 날일런지.   동란설 東欄雪 이란 중국 드라마의 말미에 이 시가 흘렀다. 강남 江南 의 배꽃이야 나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겠다만,동란 일주설 東欄一株雪의 묘미는 와 닿았다.   江南이 나온 김에 백거이의 시를 옮겨본다. 白樂天 詞「江南憶」其一  江南好      기억느니 강남이 좋았다  風景舊曾暗    풍광은 예전에 일찌기 본 듯하고  日出江花紅勝火  해뜰녘 강변의 꽃은 태양아래 붉었다  春來江水緑如藍   봄빛 아..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AJP 테일러 - 묘한 deja vu

'재고'라고 번역된 서문에서부터 막힌다. 편집자의 힘을 실감케 한다. 문단을 좀 끊어 주고 소제목을 넣어주었다면 한결 읽기에 수월하였으리라. 그러나 저러나 히틀러에 대한 저자의 평가로부터 묘한 기시감을 보게된다.     ....(15쪽) 나에게는 여기에 히틀러가 계획적으로 전쟁을 의도하였는가의 문제를 푸는 열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쟁을 목표로 했다기 보다는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자신이 국내에서 내란을 피했던 것과 같이 교묘한 술책으로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결국 전쟁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악의를 가진 사람은 곧잘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을 것이고 생각한다. 히틀러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있었더라면 하였을 일을 그들이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증오..

대기근 飢饉, 조선을 뒤덮다 (2) - 사회안전망?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 김덕진 지음, 푸른역사   ***재해 용어와 조선의 대응을 정리해 보면가뭄 - 기우제 祈雨祭홍수 - 기청제 祈晴祭병충 황충 蝗蟲 - 포제 酺祭 - 메뚜기·나방 등 농작물의 충해가 심할 때 이를 기양(祈禳)하기 위하여 포신(酺神)에게 지내는 제사 전염병, 당나라에서 온 병 당학 唐瘧 -  여단  厲壇 에서 여제  厲祭소전염병 牛疫 - 마단馬壇에서 牛祭 괴변 (지진, 절집 부처의 땀 등) - 해괴제解怪祭*** (155쪽) 사실 (농본 정책을 표방한) 조선정부는 국초부터 송금 松禁, 주금 酒禁, 우금 牛禁 등 3 금이라 하여 소나무를 베고, 숨을 담는 것과 함께 소를 잡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삼금의 통제를 실질적으로 백성이 대상이 될 뿐, 양반이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

대기근 飢饉, 조선을 뒤덮다 - 지주와 빈농의 관계를 신분제와 함께 유지시켜 극복한 자연재난?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 김덕진 지음, 푸른역사 (25쪽) '17세기 위기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유럽사회를 중세 봉건제에서 근대 자본주의로 이끈 배경으로 보기도 한다. ...17세기 위기가 18세기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따라서 17세기를 연속의 시대가 아니라 단절의 시대로 해석하여 16세기를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시대로, 17세기를 '위기의 시대'로, 18세기를 계몽사상과 혁명의 시대로 삼은 데 있다. (29쪽) 13세기에 몽고족이 심각한 가뭄을 겪으면서 고려를 포함한 전 세계를 침공했듯이, 17세기에는 만주 대륙의 추위로 만주족이 중국으로 진격하고 조선을 침략했다. 소빙기 기후로 동아시아에서 명.청 교체, 왜란, 호란 등 침략과 전쟁이 그치지 않았는데, 조선이 그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신기관, 프랜시스 베이컨 –진리는 특정한 시대가 누리고 있는 불확실한 행운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자연과 경험의 빛'으로 얻는 것이다

신기관-자연의 해석과 인간의 자연지배에 관한 잠언, 프랜시스 베이컨 지음, 진석용 옮김, 한길사 ***근대는 어떻게 오는가? 어정쩡한 관념과 추상에서가 아니라 경험의 검증, 실증을 통한 과학으로 정립된 것일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이 책이 씌여진 1620년은 광해군 12년에 해당한다. 한 시대가 아리스트텔레스를 극복하고자 할 때, 다른 한 시대는 사대부들이 토지와 사적 폭력에 기대어 소위 목민 (牧民, 백성을 나귀로 여겨 다스림)을 하기에도 바빴을 터였다.마태복음의 구절처럼, 낡은 것에 새 것을 더하거나 잇대어 깁는 (제1권 31) 것이 아닌, 베이컨의 말마따나, 진리는 특정한 시대가 누리고 있는 불확실한 행운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자연과 경험의 빛'으로 얻는 것이다.***  옮긴 이 : ..

중국의 역사와 역사가들 – (2) 북송 사마광의 자치통감: 섬기는 황제의 ‘정통 正統’성에 복무하며, ‘중화 中華’라는 개념으로 문화적 자존심을 달래다.

중국의 역사와 역사가들, 오카다 히데히로 지음, 강유원/임경준 옮김, 이론과 실천 ***조선의 사대부가 떠받들던 小中華의 허위를 일정하게 논증하고 있는 이 글은중국의 중심으로 또 한족 중심으로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있던, (예를 들면 영화 '소림사 18동인'이 그러하고, 소설 '삼국지'가 그러하다)나의 역사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저자거리의 얘기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다시 新 朝鮮으로 회귀하는 後 朝鮮 한국사회를 어찌 해석할 것인지. 굳이 사족일 수도 있겠지만, 일본의 아시아적 문화변방성과 유럽지향성에 대한 자기긍정의 산물일 수도 있다는 비판적 견해를 달아둔다.*** (113쪽) 당나라 시대에는 역사서술의 재료가 될 기록을 편찬하는 절차가 완비되었다. 한..

중국의 역사와 역사가들 – 사마천<사기>의 ‘정통’의 관념과 사마광 <자치통감>의 ‘중화사상’

중국의 역사와 역사가들, 오카다 히데히로 지음, 강유원/임경준 옮김, 이론과 실천 ***소설, 삼국지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는 자신의 세계관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누구였으면 좋았을까는 더욱 그러하다.)나는 알게모르게 정통과 중화에 경도되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되돌아보게 된다.나는 왜, 영화 속의 중화 中華사상에 같이 심장의 울림을 함께하였던가?나는 왜, 소위 중국 강남 귀족의 사조에 또 같이 동조되었던가?머리와 손이 따로이 놀던 나의 한계는....*** (10쪽) 역사란,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계기를 축으로 삼아 인간이 사는 세계를 어느 한 개인이 직접 체험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견지에서 파악하고, 해석하고, 이해하고, 설명하고 서술하는 작업이다. … (11쪽) 그러나 시간을 두고 (자신의 몸으로 파..

제1권력2 자본, 그들은 어떻게 혁명을 삼켜버렸는가 – ‘로마노프가의 황금’은 공산주의에서 제정으로 돌아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함없이 엄중하게 관리되어 왔다.

제1권력2 자본, 그들은 어떻게 혁명을 삼켜버렸는가 – ‘로마노프가의 황금’은 공산주의에서 제정으로 돌아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함없이 엄중하게 관리되어 왔다. 제1권력2 자본, 그들은 어떻게 혁명을 삼켜버렸는가, 히로세 다카시 지음, 김소연 옮김,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시대가 바뀌어도 귀족, 관료, 토지와 자본은 역사의 피하에서 보존되었다는 어느 언설에 대한 실증적 자료이다.다만, 귀족의 가문에서 혁명아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으나, 흐름의 과정에서 귀족의 등용은 척결되거나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의 사정과 다를 바 없음을 본다. 저자의 이런 가계 중심의 파악은 일본의 가계 중심의 역사인식의 흔적과 연관된 것은 아닌지는 짚어볼 일이다.(다만, 한국의 가계도는 관료와 자본에 가려져 있는 탓일지도 모른다...

수도원의 탄생, 크리스토퍼 브룩 (5) – 돈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유럽을 만든 은둔자들수도원의 탄생, 크리스토퍼 브룩 지음, 이한우 옮김, 청년사 - ***수도원의 경제가 중세의 그것과 연동되는 부분은 관심거리이다.도시화와 (아마도 분업을 전제하는 것이겠지만) 상업의 발달은세속의 파고를 수도원 또한 피해가지 못함을 보여준다.아니, 오히려 (종교의 외피를 쓰고 있어도) 더 세속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제6장 수도원과 속세  (127쪽) 클뤼니, 고르즈, 글래스턴베리 수도원에서 시작되었던 베네딕트회 수도원 운동은 900년과 1050년 사이에 계속 퍼져 나갔고 융성했다… 1150년과 1300년 사이에 수도원과 수도사의 수는 계속 늘어났다. 그리고 새로 등장한 탁발 수도회들이 수도회 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128쪽) 수도원의 첫 번째 팽창은 왕과 귀족 중심의 ..

수도원의 탄생, 크리스토퍼 브룩 (4) – 은수자의 암자- 일시적인 물건들을 영원한 물건들로 바꾸어주는 가게

유럽을 만든 은둔자들수도원의 탄생, 크리스토퍼 브룩 지음, 이한우 옮김, 청년사 -  제5장 은수사회 隱修士會 (108쪽) 클뤼니 수도원에서의 생활은 의식 儀式과 관련한 활동과 공동체를 위한 노동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규칙적이고 위엄 넘치는 생활이었다. 하지만 사생활이 없었고 개인의 영적 발전을 위한 공간이나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공간도 없었다.... 고독하게 살아가라는 부르심을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은둔처들이 수도원 주변의 언덕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11세기... 은수사 부흥운동이 시작된 곳도 바로 이탈리아이다. (111쪽) 이 운도의 가장 중요한 대표자였던 성 페트루스 다미아누스에 관해... 은수자이자 지식인이었다.... 상당히 세련된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있었고, 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