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AJP 테일러 - 묘한 deja vu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24. 12. 27. 22:06

'재고'라고 번역된 서문에서부터 막힌다. 편집자의 힘을 실감케 한다. 문단을 좀 끊어 주고 소제목을 넣어주었다면 한결 읽기에 수월하였으리라. 그러나 저러나 히틀러에 대한 저자의 평가로부터 묘한 기시감을 보게된다. 

 

 

 

 

....(15쪽) 나에게는 여기에 히틀러가 계획적으로 전쟁을 의도하였는가의 문제를 푸는 열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쟁을 목표로 했다기 보다는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자신이 국내에서 내란을 피했던 것과 같이 교묘한 술책으로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결국 전쟁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악의를 가진 사람은 곧잘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을 것이고 생각한다. 히틀러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있었더라면 하였을 일을 그들이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증오에 사로잡힌 적대국들"이었고, 소련은, 정말로 볼셰비키가 종종 허세를 부리는 바, 유럽 문명을 전복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으며, 루스벨트는 유럽을 망치려 하고 있었다. 히틀러는 틀림없이 수하에 있는 장군들에게 전쟁에 대비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나 영국 정부도 그렇게 하였고, 그 점에 관해서는 다른 모든 나라의 정부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에 대비하는 것은 참모부의 일이다. 참모부가 정부로부터 받은 명령은 그들이 준비하려는,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전쟁을 암시하지만, 바로 그 나라 정부가 전쟁을 결심하였다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만약 우리가 군사계획으로부터 정치적 의도를 잘못 (16쪽) 판단한다면, 영국 정부가 독일과의 전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고, 그 반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물론 우리는 우리 나라 정부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까지 미치지 않는 해석의 관대함을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