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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의 한 마디 - 때(時)

kālo bhante, bhattaṃ niṭṭhitaṃ. “존자여,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음식이 준비되었습니다.”여래의 마지막 공양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쭌다의 말이다. 여기서의 '때'는 '인연의 성숙'을 의미한다고 한다. 금강경의 법회인유분 (法會因由分) 은 “如是我聞 一時 佛在舍衛國 祇樹給孤獨園…"이라며, '때'를 이리 설명하고 있다. “爾時 世尊 食時 着衣持鉢…” 인연이 성숙되었음을 알린다. "때가 되었습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관념이 아닌 실재의 현재로써.

역사와 역사가들, 마크 길더러스 (2) - 역사가 존재하려면 이성에 대한 시험을 치러야 했다.

역사와 역사가들, 마크 길더러스, 강유원 이재만 옮김, 이론과실천 (2) 역사의식의 등장 희랍인들은 역사적 사유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들은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방법으로 비판적 역사를 발명했다. 고대 희랍어 히스토르 histor는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학식을 갖춘 사람을 가리켰다. 그는 사실을 조사했고, 탐구를 통해 그 정확성을 판별했다....'히스토리에 historie'가 "이성적 (35쪽) 설명을 위한 조사와 현상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다... 서기전 5세기에 두 천재 헤로도토스와 투기디데스는 이성적 기법을 사용하고 역사 저술을 창시하여 지적 혁명을 일으켰다. ... 역사가 존재하려면 이성에 대한 시험을 치러야 했다.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의 위대한 성취는 그 이후에, 모든 쓰여진 역사를 ..

역사와 역사가들, 마크 길더러스 (1) - 역사가는 겸손한 실천가로서 자신의 연구결과가 미래에 수정되거나 거부될 것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역사와 역사가들, 마크 길더러스, 강유원 이재만 옮김, 이론과실천 (1) 역사 연구의 목적과 의도 의심의 여지없이 역사 연구와 저술에는 진지하고 위험한 측면이 있다. 역사가는 작업하는 도중에 크고 두려운 책무와 맞닥뜨렸을 경우 자신의 부족한 지식, 세계의 작동원리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거의 언제나 혼란스럽고 불완전하고 다르게 이해될 여지가 있는 증거에 대한 제한된 해석능력을 직시해야 한다. 역사가는 겸손한 실천가로서 자신의 연구결과를 일시적인 것으로, 십중팔구 미래에 수정되거나 거부될 것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동시에 그들은 탐구에서 기쁨을 찾아야 하고, 때로는 자신이 유용하고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16쪽) 최초의 이야기들은 대개 비범하거나 경이롭거나 터무니없거나 굉장하거나 ..

김형수, 삶은 어떻게 예술이되는가 (2) - 순차성을 지키는 표현을 통해서만 살아있는 인간의 성격이 부여됩니다.

김형수,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2, 아시아 [김석범, 화산도 후기에서] 나는 작중인물들과 오랫동안 사귀어 온 친숙한 사이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는 위치에 (94쪽)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다. 새로운 상황이 몇 겹이나 되는 기존 상황에 겹쳐서 자꾸만 생각나는 가운데 살아가는 인물들의 행동을 무대 밖에서, 소설 밖에서, 그 상황 밖에서 예측할 수는 없다. 아무리 필자라고 해도, 그 인물들과 함께 소설의 세계에 자신을 내던지지 않는 한,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95쪽) 작가는 마지막에 첫 문장을 쓴다! (97쪽)...느낌의 순차성 혹은 생활논리적 순차성이란 말은 형상화의 법칙이라는 말이에요....다시 첫..

김형수, 삶은 어떻게 예술이되는가 (1) - '낡은 나'가 '새로운 나'로 부단히 교체되는 것을 경험할 때까지.

김형수,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2, 아시아 [문성근] (배우): 우는 사람은 모두 눈물을 참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연기자는 울려고 노력해요. ...'자연'을 '인위'로 해결하려는 모순을 지적한 거예요. 정확히,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를 말한 거지요. 이때 질문이 남아요. 그럼 어떻게 하려고? (7쪽) 제가 좋아하는 성자의 시에 이런 게 있습니다.'소나무는 일천 개의 봄볕을 모아 언덕 위에 서 있고시냇물은 일만 봉우리의 가랑비를 모아 계곡에서 흐른다.' (8쪽) * 원불교 소태산의 상량문으로 松 收萬木餘春 立 소나무는 일만 나무의 남은 봄을 거두어 서 있고,溪 合千峰細雨 鳴 개울물은 일천 봉우리의 가랑비를 합하여 소리친다. 가령, 글을 쓰는 사람이 스스로 고무되어 있지 않으면 필시 ..

김형수, 삶은 언제 예술이되는가 - 삶으로 송두리째 안고...온몸이 온몸을 밀고 가는 것

김형수,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1, 아시아 한계가 총체적이면 극복도 총제적이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갖춰야 하면 모든 것을 다 갖추려는 삶을 '그냥 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고로 가치관의 정립이 핵심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피할 수 없도 극복할 수도 없는 것을 감당하는 유일한 길은 그것을 삶으로 송두리째 안고 가는 것입니다. 문학적 창작적 작가적 가치관을 확립하고 온몸이 온몸을 밀고 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오늘 제가 주장하는 핵심입니다. (40쪽) 세계는 인간의 체험 속에서 신성하기 때문에 모든 현상과 만물의 척도는 살아있는 존재 하나하나가 다 다르게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폴 발레리는 "나는 인간 각자가 만물의 척도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합니다. 그..

이어도사나 2

제주 북제주군 구좌읍 동김녕리 / 노 젓는 소리 (네 젓는 소리)'이어도사나'의 다른 사설 하나를 옮겨본다.http://urisori.co.kr/urisori-origin/doku.php?id=jj:bukjeju:bukjeju-1103김경성, 제주 북제주군 구좌읍 동김녕리 (1989) 이엇사어~이여도 사나이엇사이여도 사나 요 넬 젓어어딜가리 진도바당 ᄒᆞᆫ 골로 가세 ᄒᆞᆫ 착 손에 테왁 심고 ᄒᆞᆫ 착 손에빗창 심어 ᄒᆞᆫ 질 두질들어간 보난 저싕또가분명허다 (히)이여도사나쳐어라 쳐어라 한 목을 지어어서나 가자이엇사 요 네 상척 부러지면 선흘 곶듸 곧은 남ㄱ이 없을소냐 요 네 홀목 부러지면부산항고에 철도병원없을소냐 요 벤드레끊어지면 부산항고에 남총천이 없을소냐 (히)이어도 사나 저어라 저어라 ᄒᆞᆫ..

나의 카메라 이야기 21 - 야시카 T4

그냥 똑딱이 카메라. 소위 갖다대면 찍히는. 라이언 맥긴리라는 사진가가 즐겨 사용했다는, 혹은 한다는이러저러한 이들이 사용한다는 허상에 기대어 가격대가 거품이다.(T4도 버전이 여럿이긴 하다.) 내게는 칼짜이즈 T* 렌즈가 오히려 의미가 있다. 내가 가진 몇 종의 카메라가 칼짜이즈 렌즈를 달고 있지만 실사용은 많지 않은 터였다.35mm f/3.5 Carl Zeiss Tessar lens 사진 찍는 이들 사이에서는 독수리의 눈 eagle-eye 으로 알려진 렌즈이다. (정확히는 Tessar 50/2.8 렌즈를 지칭하는 별명이긴 하지만.)콘트라스트와 선예도가 좋다고 한다, 라고 알고있다. Tessar는.그냥 저 작은 렌즈가 칼 짜이즈이기 때문에 가격대가 거품이리라.

부르주아 전, 피터 게이 지음, 고유령 옮김 - 빅토리아인이 따르고자 했던 모습은 가족과 사회, 국가라는 주어진, 그러나 기꺼이 납득할 수 있는 틀 내부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자유로운 개인의 그것이었다.

부르주아 전, 피터 게이 지음, 고유령 옮김, 서해문집 슈니츨러는 19세기 사람이지만 그 생애의 상당 부분은 20세기에도 걸쳐 있다. 20세기가 19세기로부터 태동했기 때문에, 19세기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서론 11쪽)... 제1차 세계대전이 두 세기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을 만들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치 영역에서 옳다고 간주되는 사실이-이 전쟁의 결과로 20년 후에는 유례없는 대중동원과 대량 살인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었다-고급문화의 영역에도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모더니즘이라고 부르는, 20세기와 결부된 예술.문학.사상의 움직이은 모두 1914년 이전에 싹터서 각 분야에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프리드리히 니체 같은 혁명적 사상가는 빅토리아 시대의 선조들에게 우리가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