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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전, 피터 게이 지음, 고유령 옮김 - 빅토리아인이 따르고자 했던 모습은 가족과 사회, 국가라는 주어진, 그러나 기꺼이 납득할 수 있는 틀 내부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자유로운 개인의 그것이었다.

부르주아 전, 피터 게이 지음, 고유령 옮김, 서해문집 슈니츨러는 19세기 사람이지만 그 생애의 상당 부분은 20세기에도 걸쳐 있다. 20세기가 19세기로부터 태동했기 때문에, 19세기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서론 11쪽)... 제1차 세계대전이 두 세기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을 만들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치 영역에서 옳다고 간주되는 사실이-이 전쟁의 결과로 20년 후에는 유례없는 대중동원과 대량 살인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었다-고급문화의 영역에도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모더니즘이라고 부르는, 20세기와 결부된 예술.문학.사상의 움직이은 모두 1914년 이전에 싹터서 각 분야에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프리드리히 니체 같은 혁명적 사상가는 빅토리아 시대의 선조들에게 우리가 얼..

불가의 한 마디 - Muhurta, 須臾

일본의 영화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荻上直子 의 영화 川っぺりムコリッタ >를 보다.무코릿타는 Muhurta의 일본어 음역 牟呼栗多 이다. 경전 속의 수유, 須臾는 법화경 등에는 아래와 같이 용례를 보인다.當勤精進,如救頭燃,但念無常,慎勿放逸。須臾之間,生死事大。 머리에 불이 붙는다는 표현은 익숙하게도 지눌의 목우자수심결(牧牛子修心訣)에도 등장한다.나로서는 이 표현을 수심결에서 먼저 보았었다. 譬如有人,被火燒頭,救之不遑,豈有閒心更論餘事。生死事大,無常迅速,甚於火燒頭然。但自痛念無常,常若救頭然,則不被境風所動,而能念念在道矣。 정작 수유는 다음 구절이다. 故知吾人自心,本來清淨,元無煩惱。但為客塵妄想所覆蔽故,不得自在。譬如晴空本無片雲,為浮雲所覆,須臾之間,暎蔽光明。雲散晴空,光明如故。 인도의 시간단위는 살펴보는 일은 흥미롭다..

불가의 한 마디 - 연기 緣起

『상윳따 니까야(Saṃyutta Nikāya)』: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겨날 때 저것이 생겨난다. 이것이 없을 때 저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질 때 저것이 사라진다. 즉, 무명을 조건으로 행위가 있고, 행위를 조건으로 알음알이가 있고, 알음알이를 조건으로 정신과 물질이 있고, 정신과 물질을 조건으로 여섯 감각기관이 있고, 여섯 감각기관을 조..

불가의 한 마디 - 탐진치 3독

맛지마 니까야 38경 갈애의 소멸 경(Mahātaṇhāsaṅkhaya Sutta) "Katamesa, bhikkhave, dukkhassa samudayo? Yāyaṃ taṇhā ponobbhavikā nandirāgasahagatā tatratatrābhinandinī, seyyathīdaṃ – kāmataṇhā, bhavataṇhā, vibhavataṇhā.""비구들이여, 괴로움의 일어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재생 (再生-윤회(輪廻) 을 가져오고 즐거움과 탐욕이 함께 하며 여기저기서 환희하는 갈애이니, 곧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애, 존재에 대한 갈애, 비존재에 대한 갈애이다." 맛지마 니까야 16경 마음의 오염 경(Cittavinibbhoga Sutta) "Idha, bhikkhave, ariya..

불가의 한 마디 - 계정혜, 8정도

담마จัก카 경: 初轉法輪經 "비구들이여,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니,곧 바른 견해(sammā-diṭṭhi), 정견 바른 사유(sammā-saṅkappa), 정사유 바른 말(sammā-vācā), 정어 바른 행위(sammā-kammanta), 정업 바른 생계(sammā-ājīva), 정명 바른 노력(sammā-vāyāma), 정정진 바른 마음챙김(sammā-sati), 정념 바른 삼매(sammā-samādhi), 정정이니라." 디가 니까야(Dīgha Nikāya, 長部) 2경 사문과의 경(Sāmaññaphala Sutta):수행의 단계로서- 계(ศีล, sīla), - 증상심(增上心, adhi-citta, 定),- 증상혜(增上慧, adhi-paññā..

불가의 한 마디 - 공부 '짓다'

선가의 표현에 '공부 짓다'란 표현을 들었다. 우리말의 짓다는 대체로 의식주에만 해당한다. 옷을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는 식이다. 그것은 한자어 증상 增上, 무언가 늘려가고 (양) 키워가고 (질) 높아가는 (형) 개념도 숨어있다. 앙굿따라 니까야(Aṅguttara Nikāya, 增支部) 3:81 사문 경(Sāmañña Sutta): "비구들이여, 사문에게는 세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이 셋인가? 높은 계를 공부짓고(adhisīlaṃ sikkhitabbaṃ), 높은 마음을 공부짓고(adhicittaṃ sikkhitabbaṃ), 높은 지혜를 공부짓는 것이다(adhipaññaṃ sikkhitabbaṃ).비구들이여, 이것이 세 가지 사문이 해야 할 일이다." 여기서는 짓다의 의미 목적어..

될성부른 쪽을 찍었어도

나의 인생이 나아지지는 않았었고, 않았고, 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는 않는다.  5년 정도의 시간은 설사 고난의 시간이 될 수 있을 지라도, 나의 권리와 나의 부분적인 주권의 양도를 생각할 때장기적 전망에서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쪽을 찍어야 한다.  '될성부른'에 이득을 보는 쪽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진보'라는 탈을 쓰고 있는 '보수'와또 '보수'라고 우격다짐하는 '식민지 잔재'들.어느 쪽이든 모두 기득권층이다.모두 이 '될성부른'에 기생한다. 여기에 서울에서의 중산층이라고 믿고 싶은,부동산 계급이 가세한다. 타인의 고통에 기반한 그 소유욕을 애써 외면하면서'보통시민'을 가장한다.이들 역시 '될성부른'으로 자신의 물욕을 치환시킨다. 그러나 정녕코 그러나사회전체의 이익과 자신의 계급적 이익을 일..

나의 카메라 이야기 20 - 삼성 미놀타 Hi-Matic SD

언젠가 올렸던 Hi-Matic S의 Date 버전이다. 년도는 92년까지 밖에 표시되지 않고, 이후 ABCDEFG 까지 표현된다.로고는 별 셋의 로고와 달리 삼성정밀공업의 다른 로고이다. 어느 쪽이 좀더 이전의 로고인지는 잘 모르겠다. 일부에서는 이 로고의 버젼이 귀하다고 한다지만 사실인지는..... 미놀타의 디자인은 지금 보아도 손색이 없다. 단순함과 간결함의 아름다움이란.다만 날짜 기록을 위해 툭 튀어나온 부분이 조금 거슬린다. 대신 저런 구조는 고장이 없는 기계식이다.

나의 카메라 이야기 19 소풍 카메라 - 올림푸스 Pen EE-3

소풍날이면 누군가가 카메라를 빌려왔다.초등학교 동창 아버님이 하셨던 웃동네의 미라사진관에서였을 게다. 24방짜리 필름을 세로로 쪼개어 48방까지 찍을 수 있게 해주는 하프 프레임 카메라였다.소풍이라면 이런 저런 장면을 스케치하거나 하여 필름 롤을 줄여야 했던 시절의 풍경이기도 했으니까. 사진은 대략의 노출을, 사진관 아저씨가 맞추어 준 대로 찍었다. 맑은 날이거나 흐린 날에 맞추어.지금도 몇 장의 사진이 그 때의 사진기가 만든 장면으로 남아있다. 낡고 구겨진 운동복이거나 김밥 먹기에 급급했던 시절의 나의 모습이다. (지금이라고 그 때의 찌질함에서 그리 썩 나아진 모습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