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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의 한 마디 - 공부 '짓다'

선가의 표현에 '공부 짓다'란 표현을 들었다. 우리말의 짓다는 대체로 의식주에만 해당한다. 옷을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는 식이다. 그것은 한자어 증상 增上, 무언가 늘려가고 (양) 키워가고 (질) 높아가는 (형) 개념도 숨어있다. 앙굿따라 니까야(Aṅguttara Nikāya, 增支部) 3:81 사문 경(Sāmañña Sutta): "비구들이여, 사문에게는 세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이 셋인가? 높은 계를 공부짓고(adhisīlaṃ sikkhitabbaṃ), 높은 마음을 공부짓고(adhicittaṃ sikkhitabbaṃ), 높은 지혜를 공부짓는 것이다(adhipaññaṃ sikkhitabbaṃ).비구들이여, 이것이 세 가지 사문이 해야 할 일이다." 여기서는 짓다의 의미 목적어..

삶의 가치와, 될성부른 쪽이거나 전략적 투표라는 것의 허상

나의 인생이 나아지지는 않았었고, 않았고, 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는 않는다. 5년 정도의 시간은 설사 고난의 시간이 될 수 있을 지라도, 나의 부분적인 주권의 양도를 생각할 때장기적 전망에서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쪽을 찍어야 한다. '될성부른'에 혹은 '전략적 투표'에 이득을 보는 쪽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진보'라는 탈을 쓰고 있는 '보수'와또 '보수'라고 우격다짐하는 '식민지 잔재'들.어느 쪽이든 모두 기득권층이다.모두 이 '될성부른' 혹은 '전략적 선택'에 기생한다. 여기에 서울에서의 중산층이라고 믿고 싶은,부동산 계급이 가세한다. 알량하다는 표현이 여기만큼 적절할 수가 없다.타인의 고통에 기반한 그 소유욕을 애써 외면하면서'보통시민'을 가장한다.이들 역시 '될성부른'으로 자신의 물욕..

나의 카메라 이야기 20 - 삼성 미놀타 Hi-Matic SD

언젠가 올렸던 Hi-Matic S의 Date 버전이다. 년도는 92년까지 밖에 표시되지 않고, 이후 ABCDEFG 까지 표현된다.로고는 별 셋의 로고와 달리 삼성정밀공업의 다른 로고이다. 어느 쪽이 좀더 이전의 로고인지는 잘 모르겠다. 일부에서는 이 로고의 버젼이 귀하다고 한다지만 사실인지는..... 미놀타의 디자인은 지금 보아도 손색이 없다. 단순함과 간결함의 아름다움이란.다만 날짜 기록을 위해 툭 튀어나온 부분이 조금 거슬린다. 대신 저런 구조는 고장이 없는 기계식이다.

나의 카메라 이야기 19 소풍 카메라 - 올림푸스 Pen EE-3

소풍날이면 누군가가 카메라를 빌려왔다.초등학교 동창 아버님이 하셨던 웃동네의 미라사진관에서였을 게다. 24방짜리 필름을 세로로 쪼개어 48방까지 찍을 수 있게 해주는 하프 프레임 카메라였다.소풍이라면 이런 저런 장면을 스케치하거나 하여 필름 롤을 줄여야 했던 시절의 풍경이기도 했으니까. 사진은 대략의 노출을, 사진관 아저씨가 맞추어 준 대로 찍었다. 맑은 날이거나 흐린 날에 맞추어.지금도 몇 장의 사진이 그 때의 사진기가 만든 장면으로 남아있다. 낡고 구겨진 운동복이거나 김밥 먹기에 급급했던 시절의 나의 모습이다. (지금이라고 그 때의 찌질함에서 그리 썩 나아진 모습은 아니다.)

동파(東坡) 소식(蘇軾) - 동란이화(東欄梨花)

梨花淡白柳深青 (이화담백 유심청) - 동쪽 난간 배꽃 옅은데 버들은 더욱 푸르고柳絮飛時花滿城 (유서비시 화만성) - 버들 솜털 흩날릴 때 온 동네 배꽃이 지천이다惆悵東欄一株雪 (추창동란 일주설) - 설워라 동쪽 난간 한 그루 눈꽃人生看得幾淸明 (인생간득 기청명) - 우리 생에 저리 맑은 날 또 몇 날일런지.   동란설 東欄雪 이란 중국 드라마의 말미에 이 시가 흘렀다. 강남 江南 의 배꽃이야 나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겠다만,동란 일주설 東欄一株雪의 묘미는 와 닿았다.   江南이 나온 김에 백거이의 시를 옮겨본다. 白樂天 詞「江南憶」其一  江南好      기억느니 강남이 좋았다  風景舊曾暗    풍광은 예전에 일찌기 본 듯하고  日出江花紅勝火  해뜰녘 강변의 꽃은 태양아래 붉었다  春來江水緑如藍   봄빛 아..

Deep Seek를 대하는 우리를 쳐다보며....

그저 쳐다만 볼 뿐이다.나의 AI에 대한 기술적인 한계와 실제적인 활용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다만 이 사태에 대해서 '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와의 묘한 유사성이 보여서 몇 마디 남긴다. 사진을 처음 본 신대륙의 사람들은 그 사진이 영혼을 앗아가거나,생명의 시간 한 부분을 잘라가는 것으로 느꼈다고 한다.기술적 단차가 큰 시대상황 앞에서 막연한 두려움이 만들어 내는 현상일 것이다.Deep Seek를 대하는 한국 언론의 태도가 그러하다.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으려는 탓일 가능성이 높다. 발전?이라면 발전일 이러한 기술적인 방향을 부정키는 어렵다.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혹은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또 그러한 무시를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이나 사회통념적 지위를 유지시키려는 반동적인 의도만 남을 뿐이다..

충격취약설계 frangibility

공항 참사의 원인은 향후 전체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우선 논란이 된 frangibility 곧 충격대응설계, 충격 취약설계에 대해서는 언급해야겠다. 구조물의 설계에 있어서 놓치기 쉬운 한 가지는 무조건 강하게 설계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그것은 보호해야 할 객체에 대해 정확하고 적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각의 파괴 시나리오에 대응하여 최적의 파괴모드에 대한 선택이 필요한 일이다. 생명 앞에 공익을 논하는 것이 비난받을지라도. 서해대교의 교량 난간의 예를 들어보면, 난간에 그렇게 부딪힐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중차량이 난간을 들이받았을 때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 가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차량의 운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1차적 생각은 그 정도의 차량..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AJP 테일러 - 묘한 deja vu

'재고'라고 번역된 서문에서부터 막힌다. 편집자의 힘을 실감케 한다. 문단을 좀 끊어 주고 소제목을 넣어주었다면 한결 읽기에 수월하였으리라. 그러나 저러나 히틀러에 대한 저자의 평가로부터 묘한 기시감을 보게된다.     ....(15쪽) 나에게는 여기에 히틀러가 계획적으로 전쟁을 의도하였는가의 문제를 푸는 열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쟁을 목표로 했다기 보다는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자신이 국내에서 내란을 피했던 것과 같이 교묘한 술책으로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결국 전쟁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악의를 가진 사람은 곧잘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을 것이고 생각한다. 히틀러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있었더라면 하였을 일을 그들이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증오..

한 국가가 어떻게 식민지가 되는가?

105표이거나 85표이거나,자신들이거나 자신들의 조직이익을 위해 국가를 버리는 것, 주권의 주체로서의 국민을 버리는 것,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경이롭다.한번이라도 제대로 처단되지 못한 친일 부역이,(좀더 엄밀히는 양반계급의 자기 보존이),그리하여 유지된 자본과 계급의 세습이,설사 "나라를 팔아먹어도 찍어준다는" 한 지역 유권자의 표현처럼,나라를 팔아먹어도,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누어도,유지되었었고, 유지되고 또 그리될 (것이란 믿음이 깔려있는) 국회의원의 권력이저 숫자를 만들었으리라.해서, 식민지가 왜 가능한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는다. 하나의 국가가 식민지가 되는데는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고,또 관료나 정치지배계급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마땅하지 않을 수 있겠다만,깨어있지 못한 숫자로서의 투표가 만..

검사들의 화법, '자백'...그리고 '사냥감'

한 검사 출신이 한 때 같은 편이었던 그이의 담화 (12.12)에 대해서 "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표현했다.그이의 담화는 나의 시각에서는 '자백'이라기 보다는 구체성을 결여한 모호한 '정치적 주장'에 가까왔다. 앞 뒤 맥락을 읽으면 '자백'으로 읽힐 수 있겠으나,나는 그 검사출신이 '자백'이라고 단정한 그 화법이 불편하고,그 누구든 그런 일상에서의 주장이 잠재적인 확정범으로 굳히는 '자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 스럽다. 한 때는 같은 편이었을 것이고, 이제는 다른 편이기도 한 다른 한 검사는담화한 그이에 대해서 검사들의 '사냥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사냥감'이 되어도 좋을, 그 표현 조차도 아까운 그이에 대해서 '사냥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검사들의 화법이라는데 대해 나는 역시나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