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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의 탄생, 크리스토퍼 브룩 (2) – 베네딕트 : 순종과 부동심 不動心이라는 단호한 요구들을 절제와 인간애에 결합

유럽을 만든 은둔자들 수도원의 탄생, 크리스토퍼 브룩 지음, 이한우 옮김, 청년사 - 제2장 성 베네딕트 규칙 (50쪽) 6세기에 동방정교회의 동방과 로마가톨릭의 서방이 최종적으로 나누어졌고, 서로마제국은완전히 몰락했다. 6세기에는 수도원과 관련된 주목할 만한 두 개의 문헌도 쓰였다. 첫번째 문헌은 추측건대 500년 직후, …’스승의 규칙 Regular Magistri’로 불리는 것이다. …스승의 규칙은 개인적인 청빈, 동정 童貞, 절대적인 순종이라는 규율을 따르는… 수도사들은 로마시대의 호주 戶主처럼 전권을 행사한 수도원장의 가르침을 받았다. (51쪽) 그 얼마 뒤인 530년경 누르시아의 베네딕트가 이탈리아 로마 남쪽에 위치한 몬테 카시노 수도원에서 두 번째 문헌을 작성했고… 성 베네딕트 규칙 도입부는..

수도원의 탄생, 크리스토퍼 브룩 (1) – 아우구스티누스: 노동은 지상에서의 선한 삶을 위한 영구히 본질적인 요소

유럽을 만든 은둔자들수도원의 탄생, 크리스토퍼 브룩 지음, 이한우 옮김, 청년사 -  ***수도원의 처음은 불교의 그것과 닮아있다. 하기야 사람의 삶이 그 무엇을 신으로 혹은 삶의 스승으로 모시든 무엇이 다르랴.노동에 관한 초기 수도원의 생각은 늘 궁금하고도 나 스스로에게 확신이 필요한 것이었다.수도원의 노동관에 대한 한 가닥 생각을 여기서 읽게 된다.11조를 기반한 세속과 영적인 분담은 탁발에 기반한 불교의 그것과 별단 다르지 않을 것이다.그럼에도 노동은 선한 삶을 위한 본질적인 요소로 파악함은 자연스럽고도 마땅한 것이다.***  제1장     수도원 생활의 기원 (26쪽) …주로 가난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에서 많은 사람들은 애초부터 정절과 더불어 청빈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루가는 사도행전..

제주 영실 (靈室)

굿당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일지도.500장군할망의 전설이 깃들었다니, 기도발이 먹힐 만한 곳이었다.병풍바위 아래 쪽에 물길 좋은 곳이라면 신당이 있을 법도 하겠지만,탐방로에서라면 접근은 어려워 보였다. 스토리 텔링도 없는 '신들의 거처'라니.....어줍잖은 서양식 번역어에 가까운 설명이고 보면,차라리  기도발 먹어주는 '기도처'가 나아 보인다. 병풍바위가 보이는 곳으로 올라간다. 조릿대 낮게 깔린 사이로 잎을 떨군 수목의 풍광이 아름답니다.잎이 있다면야 잎대로 아름다왔을 것이다.   한라산 백록담을 둘러싼 남벽이다.  구상나무 고사목 군락지. 벼락맞은 대추나무가 저럴까 싶다. 영실 탐방로에서는 백록담을 보지 못한다.언제나 아쉬움을 이리 남기는 것은 다음 여행을 기약함일지도.

제1권력1, 히로세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씌여져 있는 '사실'이 같더라도 '견해'가 다르다.

제1권력1-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 왔는가, 히로세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440쪽) 영화의 전성기에 태어나 케네디가 대통령에 취임하던 해에 자살한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그는 반전문학의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를 쓰고, 로젠버그 부부의 처형에 반대하고, 반파시즘 연설을 하고, 쿠바의 카스트로 수상과 친하게 지내는 등의 행동으로... 지금도 미국 현대문학의 기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 대문호의 행동을 역사상의 날짜에 견주어 추적해 보면... 제1차 세계대전 즈음, 헤밍웨이는 전쟁에 굶주린 야수처럼 유럽으로 건너가 야전군으로 활동했다. 당시 그가 좋아했던 영화는 KKK단을 예찬한 이었는데... 이런 헤밍웨이가 어느 정도 주목을 끈 것은 1926은 를 발표한 이후..

온전히 소유하는 시간

얼추 20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싱가포르의 한 쇼핑몰에서 택시를 기다린 적이 있다.택시가 들어오고, 손님이 내린다. 새로운 손님이 차에 오른다. 택시가 떠난다.이렇게 보면 그냥 택시 승강장의 모습일 뿐이다. 그러나 시간의 순서를 촘촘히 본다면 조금 달라진다.택시가 들어오고, 손님은 계산을 치른다. 뒷문을 열고 손님이 내린다.이제 새 손님이 택시에 오른다.(그 이전에, 새손님은 앞 손님이 완전히 택시에서 내릴 때까지앞손님이 택시 문짝을 닫기까지 기다린다.) () 안의 그것이 우리와 다른 모습일 것이다.앞 손님이 소유한 시간을 온전히 인정한다는 것,그래서 나의 온전한 시간을 또 보장받는다는 것. 저 택시 승강장의 순서에 우리의 모습을 대입해보면 무언가 다른 것을 금새 알아차리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그러..

부바르와 페퀴셰, 플로베르 - 그들은 과학의 유익함을 찬양했다

부바르와 페퀴셰, 귀스타브 플로베르, 전인혜 옮김, 책세상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백과사전이란 부제가 붙어있다.섬세한 묘사와 정밀한 사실성 그러고도 문학주의적 아름다운 문체의 미완성 소설이다.부르주아의 일상에 대한 플로베르의 생각을 읽고 싶었다.***  ...  두 사람이 나타났다.  한 사람은 바스티유 쪽에서, 다른 한 사람은 식물원 쪽에서 오고 있었다. ...  그들은 거리 중앙에 이르자, 동시에 같은 벤치에 앉았다.  이마의 땀을 닦기 위해 그들은 모자를 벗어 각자 옆에 놓았다. 그때, 키 작은 사람이 옆 사람의 모자 속에 부바르 Bouvard라고 씌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부바르도 프록코트를 입은 사람의 모자에서 페퀴셰  Pecuchet라는 글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그들은 ..

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 (11) -  역사적 사실은 재현되지 않을지라도

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 오카모토 다카시岡本隆司, 강진아 번역, 소와당 講談社 2009 4. 독립자주 4-4 1900년 (240쪽) 1896년 아관파천은 일본이 주도한 개혁과 ‘독립’이 좌절되었음을 결정짓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조선에서 일본의 압도적인 우위를 뒤엎고 일본과 러시아가 서로 노려보는 미묘한 세력균형 (241쪽) 상태를 조선에 가져왔다. 조선은 이상태로부터 새롭게 독립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 상대는 청이었다. (241쪽) 이에 전기를 가져온 것이 1898년 3월말 러시아의 여순, 대련 조차였다. 중국의 이러한 과분 瓜分 움직임은 청에 변혁의 기운을 높여, 대외적 태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청은 이에 드디어 ‘속국’ 조선을 ‘우방’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고종이 황제에 즉위하고, ..

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 (10) - 대한국은 세계만국에 공인된 바의 자주독립의 제국

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 오카모토 다카시岡本隆司, 강진아 번역, 소와당 講談社 20094. 독립자주4-2. 갑오개혁과 아관파천(209쪽) 1894년 7월 23일, 3일 전에 들이민 최후통첩에 대해 조선정부로부터 만족스러운 회답이 오지 않은 것을 본 일본은 군대를 경복궁으로 투입하여 조선 정부 자체의 개조에 착수하였다....요약하면 일종의 쿠데타를 감행했던 것이다. ...(조선정부는 전반적으로 여전히 청의 우세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내정개혁을 실시할 수 있을 것 같은 조선 관료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 일본이 지목한 것이 김홍집, 김윤식, 어윤중 등 이른바 온건개화파였다. 즉 갑신정변 이래 청에 친밀하다는 이유로 정권에 소외된 인사들을 등용하여, 민씨 정권의 요인을 추방하고, 신정부를 조직했던..

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 (9) - ‘속국’과 ‘자주’는 이미 ‘세력균형’에 배반하는 양자 택일의 대립요인

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 오카모토 다카시岡本隆司, 강진아 번역, 소와당 講談社 2009 4. 독립자주4-1. 청일 개전(189쪽) ....서양 각국이 정치적 세력으로 동아시아에 들어온 후부터...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의 질서는 청일, 조청, 조일의 개별적 세 관계로 성립하고 있었다. 그것이 서양의 출현으로 혼란에 빠져 재편을 강요당하고...(190쪽) 겨우 약간의 안정을 되찾은 것이 당시의 정황이었다.... 더 근대적이고 극단적인 개념을 사용한다면 ‘보호’와 ‘독립’ 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가에 착안한다면 예 禮와 법 法 사이로 불러도 좋다. 이중에 어느 것으로도 제대로 잘 표현하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관계가 우리들의 사고와 어휘로 다 파악할 수 없는 사상 事象이기..

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 (8) - 청일러의 세력균형과 한반도의 군사적 공백화

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 오카모토 다카시岡本隆司, 강진아 번역, 소와당 講談社 20093. 속국 자주의 전개3-3. 조선 보호의 귀추(170쪽) 임오군란은 일본에게 심히 원치 않았던 결말이었다...이러한 (청의 대원군 납치, 조선 내정에의 간섭등 조선을 속국으로 취급) 정황을 품은 인물이 참사원 의관 議官 이노우에 코와시였다. ...(171쪽) 이노우에 코와시의 입장에서 특히 문제였던 것은 청의 ‘간섭’이 국제법에 기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 간섭하고 어디에서 (171쪽) 멈출 것인지”가 불분명하고, “영구히 행할지, 또는 일시적으로 행하고 말 것인지”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래서는 일본의 “정략 政略의 침로 針路”, 즉 대조선 정책 역시 확정할 수 없었다. 조선정략의견안, 이노우에 코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