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수도원의 탄생, 크리스토퍼 브룩 (2) – 베네딕트 : 순종과 부동심 不動心이라는 단호한 요구들을 절제와 인간애에 결합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24. 11. 19. 00:13

유럽을 만든 은둔자들
수도원의 탄생, 크리스토퍼 브룩 지음, 이한우 옮김, 청년사 -
 
제2장 성 베네딕트 규칙
 
(50쪽) 6세기에 동방정교회의 동방과 로마가톨릭의 서방이 최종적으로 나누어졌고, 서로마제국은완전히 몰락했다. 6세기에는 수도원과 관련된 주목할 만한 두 개의 문헌도 쓰였다. 첫번째 문헌은 추측건대 500년 직후, …’스승의 규칙 Regular Magistri’로 불리는 것이다.
…스승의 규칙은 개인적인 청빈, 동정 童貞, 절대적인 순종이라는 규율을 따르는… 수도사들은 로마시대의 호주 戶主처럼 전권을 행사한 수도원장의 가르침을 받았다.
 
(51쪽) 그 얼마 뒤인 530년경 누르시아의 베네딕트가 이탈리아 로마 남쪽에 위치한 몬테 카시노 수도원에서 두 번째 문헌을 작성했고… 성 베네딕트 규칙 도입부는 스승의 규칙 도입부를 축약하고… 인용하고 차용한 흔적이 발견된다. …원칙과 실천의 양면에 걸친 스승의 규칙의 수정. 보완,보다 탄탄한 구성 및 명쾌한 내용을 들 수 있다.
 
(53쪽) 베네딕트의 규칙에서 보이는 두드러진 특징은 중용과 상식을 부각하고, 또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려고 했다는 점이다. 그는 두 종류의 수도사들, 즉 “하나의 규칙 또는 한 명의 수도원장을 따르면서 수도원에서 살아가는” 공주 (共住) 수도사들과 은수자(隱修者)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은수자들은 …”한 수도원 안에서 기나긴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일종의 은둔자들이다.”…. 그리고 베네딕트는 자신이 카시아누스의 전통과 가르침에 충실했다는 점을 자주 드러낸다.
 

(54쪽) 교부들의 교부전이나 제도집, 그리고 그들의 전기나 우리의 교부 바실리우스의 규칙서는 순종적이고 선한 삶을 살아가는 수도사들의 미덕을 쌓기 위한 도구들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따라서 그대가 누구이건 간에 하늘나라에 가려고 애쓰는 자는 초심자를 위해 쓰인 이 작은 규칙을 그리스도의 도움을 받아 완벽하게 지켜야 한다…. 더욱 위대한 가르침과 미덕의 정점에 마침내 이르게 될 것이다.”

 
(55쪽) …’ 초심자들을초심자들을 위한 소 小규칙’은 평이하고 경건하면서도 실천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날카롭고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이 규칙은 순종과 부동심 不動心이라는 단호한 요구들을 (56쪽) 절제와 인간애에 결합시켰다.
…베네딕트의 규칙을 따르는 수도사는 낮시간의 대부분을 침묵으로 보냈다.
 
베네딕트는 카시아누스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다… 카시아누스의 영향은 베네딕트가 강조했던 온화함과 엄격함의 조화에서… 수도사는 수도원장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해야 한다…이와 더불어 베네딕트는 수도사들을 돕는 것이 수도원장의 임무라고 강조한다…. 순종이라는 이념은 카시아누스에서 유래한 것이어서… 수도원장은 (최후 심판의 날) 심판관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무리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스승의 규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지만 베네딕트의 규칙에서는…스승의 규칙에서는 아주 조금밖에 다루지 않은 ‘협의’에 관한 장이 이어진다….”때때로 주님께서 한 젊은이에게 (58쪽) 무엇이 최선인지 계시해 주시기 때문이다.”
 
베네딕트가 공주생활을 모든 종류의 수도사들이 경험해야 할 필수적인 토대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카시아누스를 따랐다. …그는 규칙서의 머리말에서 공주 수도사들이 가장 강하고 훌륭한 수도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후기에서는 은수자의 생활이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좀 더 높은 소명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 즉즉 공주수도사들의 이상과 은수자들의 (59쪽) 이상 사이에 존재했던 긴장관계가 드러난다. …내부지향의 관점과 외부지향의 관점 사이의 긴장관계란 관점에서 보면 베넥딕트 수도원은 분명히 하나의 소우주였고 야만적인 왕국에서 건전한 정신을 유지한 오아시스였다.
…베네딕트의 규칙을 따르는 수도원의 기본목표는 선한 삶과 수도원 구성원들의 구원이었고, 수도원은 그러한 목표를 추구하는 장소였다. 베네딕트의 규칙은 사회사업과 사목 司牧 활동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며, 특별히 그러한 활동을 하지 말라는 언급도 없다….
(60쪽) 취사장이나 헛간이 수도원 유지를 위해 곡 필요한 작업들이 이뤄지는 장소였다면, 교회 – 기도를 드리기 위한 소박한 장소-는 하느님을 섬기는 일을 행하는 장소였다. 수도사들은 하느님을 섬기는 일과 자기 자신의 일을 하면서 생을 보냈다. 베네딕트가 농사를 예외적인 경우에 해야 하는 일로 분명히 간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원과 정원에서의 허드렛일은 수도사들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야만적인 이탈리아 심장부에 작고 아담하고 그 자체로 완전했던 활기찬 한 공동체가 출현했다. …그의 이상은 중세 초기와 우리가 사는 시대를 연결해 주는 가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