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산티아고 순례길 12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 11. (외전) 자영업자의 비율

산티아고나 일본의 순례길에서 느낀 점 하나는 우리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자영업자가 흔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 길이 시골길인 탓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유동인구가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가게의 숫자는 한 마을이면 하나 둘 정도였다. OECD 통계에 의하면 자영업자의 구성비는 2020년 기준 한국 25%, 일본 10%, 스페인 16%이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자영업자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방글라데시의 경우 자영업자 비율 - 아마도 농업인구를 제외하고 - 59%로 보고되었다. 2020년 기준) 우리의 경우 노후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오래 살게 되는, 축복인지 재앙인지 모를, 구조하에서 연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에 ..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 10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헤밍웨이를 좇아서....

미제라면 똥도 좋다던 것은 외할머니 말씀이셨다. 황동쟁이라면 스웨덴 이리라. 프리머스, 옵티무스, 라디우스....빠나 빠나....여배우인들 스웨덴이라면 더욱이지 않으랴.잉그리드 버그만이 그렇다. 게리쿠퍼와 주연한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사실이지 이 영화에서는 조금 중성적으로 나온다. 거지컷 때문이리라. 햅번이나 가르보나 켈리를 좋아한 시절도 있었지만. 그레타 가르보 역시 스웨덴 출신이긴 하다.) 뽀뽀할 때 코를 어디다 두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내숭쟁이 여자와 혼자 남아 잘난 체하며 죽어가는 내일을 향해 쏴라는 식의 서부활극의 사내가 만드는 영화....나는 오히려 홍상수식의 찌질함이 그리운 것인지 모른다. For Whom The Bell Tolls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No man i..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근처"의 추억 - 동굴 숙소의 밤

얄궂은 드라마 때문에 예전 사진을 찾아본다. 그것이 추억일진대. 스페인 남부 여행은 가외의 길 같은 것이었다.해서 나의 추억은 알함브라 궁전이 아니라 동굴숙소 Cave에서 시작된다.이름을 알 수 없는 언덕배기를 한참을 걸어 올라가 도착한 동굴-비슷한-숙소알바이신-샤크라몬테였던가? 동굴숙소같은 느낌이긴하나 엄밀한 동굴숙소 Cave는 아니다. 이 숙소의 전망에서 나는 알함브라 궁전을 보았다.사진 뒤쪽으로 보이는 살짝 붉은 궁전.....당일 예약이 되지 않아 궁전 변두리만 걸었다. 딱히 내부를 본들 무슨 추억이 있을까만.... 기타 선율에 실려오는 쇄잔한 왕조의 비극이 귓가에 맴돌지도....Cave에서 바라보는 밤의 알함브라 궁전. 그냥 던져둔 스쿠터도 색을 얻어 예술이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9 칼 이야기

캠핑장에서도 그렇지만, 좋은 칼은 좋은 친구 같은 것이다.날이 날카롭게 서 있되 결코 주인을 찌르거나 상하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날붙이의 미덕일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헬레나 오피넬 칼은 장거리 순례길에서 추천할 만한 것이 아니된다.다시 그 길을 가게 된다면, 빅토리녹스의 톱니과도를 챙길 것 같다.우선 칼날의 길이를 반으로 자르고, 또 손잡이도 반으로 잘라, 그놈을 가져가고 싶다.과일도 깎고 고기도 썰고 만년구짜이리라. 손을 베일 일이 없으니 그 또한 둏고 둏을 것이다.원래의 목적대로 빵칼로도 소용에 닿고....언제 날 잡아서 저 과도를 반으로 잘라 좋은 칼집을 맹글어두어야겠다. 딱 저만한 칼이 있기는 하다.오피넬 앙팡 어린이용이 그렇다.손잡이가 조금 유치한 칼라라서 그렇긴 하지만,베일 염려도 덜고 막..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8 배낭 이야기

참 고민스런 물건이다. 배낭이란. 무게를 줄여야 할 형국에 그 자체의 무게부터 문제가 되는.절집의 말씀따나,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려야 할 진데, 뗏목의 무게를 지고 가는 중생의 삶이란, 배낭에서도 여전하다. 나의 경우에는 오스프리 Exos 58을 메고 다녔다. 가벼운 놈이다. 온통 메쉬로 구성된 탓에.(그러나 배낭의 각?이 잡히질 않아 이래저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물론 크기도 컸지만.)그러나 토르소를 조정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문제였다. 순례길에서는 치명적이다. 이런 단점은.또한 이 제품은 레인커버가 없다. 따로 챙겨들고 움직였다. 아무래도 제치의 레인커버만 못하다.또한 Exos 58은 따로 침낭 분리수납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 Atmos 50이나 Kestrel 48은 배낭 아랫쪽에 지퍼 수납으로 ..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 7 물가와 유통

산티아고 이야기에서 스페인 물가를 빼놓고는, 나의 경우라면, 순례길 여행의 순간순간을 합리적으로 설명해낼 재간이 없다.왜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가는지-영성을 제쳐놓더라도-와 알베르게에서의 식사준비와 힘들 때 들렀던 카페에서의 생맥주 한 잔과 커피 한 잔의 여유가 가능했는지를. 들리는 마을 마을 마다에는 적당한 숫자의 가게가 있었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자영업자의 숫자가 가게의 영업이익을 유지하기에 충분할 만치 적었다.우리라면 아마도 길거리 대부분을 자영업자들이 진을 쳤을 것이다. 흡사 절집 아랫말의 식당가처럼. 한 둘의 가게이고 보면 독점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생맥주와 커피는 2000원대였다.그것도 순례객들이 자신이 가져온 음식을 안주삼아 먹는 것도 가능한데도.(순례꾼들이 오래 앉아 있지는 않는다고는..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 6 순례꾼이 황사를 피하는 법

아, 맑은 하늘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내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보았던 그런 하늘을.제트기 꽁무니에 비행기 구름이 일어나던 그런 하늘을. 산티아고는 그런 시절을 기억하기에 충분하였다.나는 그런 하늘빛을 본 것으로도 산티아고를 만족한다.잃어버린 것들은 늘 아쉬운 법이다. 처음부터 가지지 않았던 그 무엇보다 더.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 5 (외전 1) 밥심으로 사는 사람을 위한 리뷰

나의 스토브 이야기도 주절주절하였던 판국에 Kocher 이야기를 못할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코-ㄱ-허' 정도로 발음되는 독일어 대신 코펠이라는 일본 발음으로. 한국의 순례자는 보통 코펠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더하여 주방이 있는 알베르게에는 쿠커가 비치되어 있기도 하다. 그래도 캠핑에 익숙한 나로서는 코펠없이 길을 나서기는 못내 찜찜하던 터라. 여행을 위한 1-2인용 코펠 이야기를 조금 하여야겠다. (밥을 꼭 먹겠다는 순례자를 위한 리뷰이다. 나의 경우처럼) 우선 순례길에 챙겨갔던 티타늄 머그와 꼬푸. 그리고 티탄 숟갈. 주둥이가 좁기도 하려니와 밥을 할 수도 없으나 라면 하나 정도는 끓인다. (물론 불조절이 쉽지 않다. 넘치지 않고 끓일려면) 가볍다는 장점 이외에는 모두 불편하거나 또 불편하다. ..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 4 밥 먹는 이야기

먹는 이야기를 아니할 수 없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지 않았는가. 혹자는 한국인의 음식에 대한 타박을 널어놓은 이도 있었지만, (주방을 오래 점유한다는 둥 - 이는 외국인들도 주방점유가 심했다는 점에서 그리 흠도 아니다. 음식 냄새가 국제적?이지 못하다는 둥 - 이는 서양 음식 역시 역겨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적 사대주의이거나 자격지심에 불과할지도. 주방을 선점하기 위해 새벽부터 출발하여 취침을 방해한다는 둥 - 서양인들 역시 새벽부터 부산떠는 이들이 있다. 그저 습관일 뿐일지 모른다.)우리맛에 대한 입맛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한 달 이상의 걷기는 생활이지 여행이 아니다. 그 옛날 이적을 바라는 예수쟁이들이 걸었던 그 길은. 오랜 해외 생활로 나는 그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건만, 이런 ..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 3 수도승의 양말 이야기

생활의 처음은 '의식주'의 '의'이다.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이야기가 있긴하지만, 먹는 이야기는 조금 뒤에 하기로 하고,일단은 가죽을 걸쳐야 하는 인류의 숙명을 생각한다면야, 입는 이야기를 아니할 수 없다. 아마도 육조 혜능이 홍인으로부터 넘겨받았다는 의발이 이랬을라나. 순례자의 양말은 이쯤의 누더기라야 아름다울진저.그대 길을 떠난다면 옷을 기울 수 있는 바늘과 실을 준비하라. 물집을 터뜨리는데만 쓰지말고. 무슨 쿨맥스 발가락 양말이라고 샀건만,금새 구멍이 나버린 통에 압박붕대로 덧대어 기웠다. 아쉬운대로 10여일 이상을 다시금 버텨 주었다. (물론 2번 덧대기는 하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