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 4 밥 먹는 이야기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8. 6. 18. 01:35

먹는 이야기를 아니할 수 없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지 않았는가.


혹자는 한국인의 음식에 대한 타박을 널어놓은 이도 있었지만,

(주방을 오래 점유한다는 둥 - 이는 외국인들도 주방점유가 심했다는 점에서 그리 흠도 아니다.

 음식 냄새가 국제적?이지 못하다는 둥 - 이는 서양 음식 역시 역겨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적 사대주의이거나 자격지심에 불과할지도.

 주방을 선점하기 위해 새벽부터 출발하여 취침을 방해한다는 둥 - 서양인들 역시 새벽부터 부산떠는 이들이 있다. 그저 습관일 뿐일지 모른다.)

우리맛에 대한 입맛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한 달 이상의 걷기는 생활이지 여행이 아니다. 그 옛날 이적을 바라는 예수쟁이들이 걸었던 그 길은. 


오랜 해외 생활로 나는 그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건만,

이런 나의 산법이 틀린 것이었음을 아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채식주의자에 가까운 나의 식습관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침을 따뜻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이 나이들어간다는 뜻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밥을 해먹으며 다녔다. 느끼하지 않고 개운한 저녁을 위해.

적당한 가격의 순례자 메뉴는 나의 입맛과는 동떨어져 있었고,

사먹는 음식은 비용면에서나 나의 주량에 따른 포도주 값을 감당하기 힘든 것도 한 몫하였다.


- 갈리시아 지방 이전까지는 알베르게의 주방은 훌륭했다. 쿠커나 팬의 구비도 좋았다.


그러나, 갈리시아 지방, 즉 산티아고가 가까와질수록 주방 사정이 열악했다.

주방이 있으되 주방용품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지역경제 활성화 목적이리라 짐작하였다.)

티타늄 수저와 티타늄 머그 750mm(라면 하나는 끓일 수 있다)를 준비하기 하였으나

팬이 없어 (식용유도 없다) 애를 먹었다.


아무래도 먹는 이야기는 Kocher에 대한 리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밥을 해먹어야 한다면 알루미늄 코펠을 챙겨야 한다.

무게의 압박으로 티탄 코펠을 가져갈 경우, 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할 지 모른다.

미리 쌀을 불린다면, 전자렌지 컵밥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실제로 한 중년 부부는 전자렌지 컵밥으로 끼니를 해결하셨다. 아, 그때의 존경스러움이란.)


간단한 아침 (베이컨이나 계란 후라이)를 위해서는 팬이 필요하다.

코팅된 티탄팬이나 알루미늄 코펠 팬을 챙길 필요가 있다.

(티탄 팬은 가성비 측면에서 추천할 게 못된다. 식용유가 없을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팬에 양파쪽과 참치캔을 던져넣어 먹었던 저녁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한국이라면 엄두도 못낼 포도주 한 병이 함께하였음에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