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수도원의 탄생, 크리스토퍼 브룩 (1) – 아우구스티누스: 노동은 지상에서의 선한 삶을 위한 영구히 본질적인 요소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24. 11. 18. 00:11

유럽을 만든 은둔자들
수도원의 탄생, 크리스토퍼 브룩 지음, 이한우 옮김, 청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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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의 처음은 불교의 그것과 닮아있다. 

하기야 사람의 삶이 그 무엇을 신으로 혹은 삶의 스승으로 모시든 무엇이 다르랴.

노동에 관한 초기 수도원의 생각은 늘 궁금하고도 나 스스로에게 확신이 필요한 것이었다.

수도원의 노동관에 대한 한 가닥 생각을 여기서 읽게 된다.

11조를 기반한 세속과 영적인 분담은 탁발에 기반한 불교의 그것과 별단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노동은 선한 삶을 위한 본질적인 요소로 파악함은 자연스럽고도 마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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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수도원 생활의 기원
 
(26쪽) …주로 가난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에서 많은 사람들은 애초부터 정절과 더불어 청빈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루가는 사도행전의 한 구절에서…”그 많은 신도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이 구절은 지금까지 작성된 거의 모든 수도생활 규칙서에 빠짐없이 인용되는 구절이기도 하다.
…수도원 설립자들은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읽었고, 그러한 독서를 통해 그들은 홀로 사도의 길을 따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27쪽) 어원적으로보면 수도사란 ‘홀로 (그리스어 monos) 살아가는 사람’…그렇지만 수도원 (라틴어 coenobia, 그리스어 공동의 의미의 koinos) 안에서 생활하는 수도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도 상당히 일찍부터 존재했다.
…수도 생활의 기원은 성 안토니우스 (대략 251년-35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규모 운동으로서 수도생활은 4세기초에 이집트 사막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올바른 수도생활의 전통을 세우기 위해…주교이자 신학자였던 아타나시우스, 은수자(隱修者) 안토니우스, 그리고 공주(共住) 수도사였던 파코미우스가 그들이다. …안토니우스와 파코미우스는 수도원 설립자였다.
 
(28쪽)…그리고 이집트가 수도원 생활의 발상지라는 근거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첫째,초기의 수도사들 다수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점… 둘째로,알렉산드리아의 기독교적 플라톤주의자들이 공부와 헌신이라는 … 그리스의 철학이나 종교적 관례와 같은 종래의 요소들을 초기 기독교의 전통과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최초로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가입했던 곳은 이집트였던 것 같다. 그런데 (29쪽) 역설적이게도 이 시기에 안토니우스와 그의 동료들 및 추종자들은 기독교가 대중적인 종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또 박해를 모면하기 위해 사막으로 피해 버렸다. 3세기말…4세기초에는 박해가 따랐다. 그러고 나서야 교회에 평화가 찾아들었다.
…요한네스 카시아누스는…”…사도들이 죽은 뒤에.. 국내외에서 개종한 사람의 수가 날마다 늘어나고, 초기 기독교인들이 종교적 열정을 상실하자… 원래의 이상적인 생활 방식을 기억하고 있었던 신도들은… 하느님의 교회에서 편안하게 대충대충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를 떠나갔다. 그들은 세속과 거리가 먼 공동체를 만들었다.”
(31쪽) …알렉산드리아의 기독교적 플라톤주의들의 … 금욕적 교리와 금욕주의자들의 정신에 딱 들어맞았던 그리스 철학의 전통적 요소를 해석함에 있어… 폰투스 에바그리우스 (346년-399년경)는… 그리스의 테마 ‘텔로스 telos’, 다시 말해 인간의 영혼이 지향하고 추구하는 ‘목적’이라는 테마를 발전시켜… 정념과 순수한 마음 사이에 존재하는 ‘여덟 가지 주된 유혹’-탐식, 욕정, 탐욕, 분노, 우울, 나태, 허영, 자만-을 극복하고 소멸시켜 해방된 상태, 곧 ‘격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심리상태 apatheia에 이르게 되며, 그러한 심리상태에서 박애정신이 탄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영혼은 ‘그노시스 gnosis’, 곧 신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성 바실리우스
 
(34쪽) 이집트 곳곳에 수도원 공동체들과 은수자 무리들이 생겨났던 4세기 중엽에는 팔레스타인과 시리아에서도… 소아시아 동부의 카파도키아에서는 경건한 기독교인들로 이루어진 원시공동체에서 수도원의 공주생활과 본질적으로 흡사한 생활방식이… 성 바실리우스(379년 사망)의 지도하에 독특한 수도단체를 형성… 바실리우스 규칙에 담긴 가르침, 권고, 교시는 바실리우스 사후에 동방정교회 수도윈 생활에서 성 베네딕트 규칙이 서방의 수도원에서 했던 역할과 동일한 역할을 했다. …(35쪽) 성 바실리우스는 …. 단호한 공주 수도사였다.
 

“독거 獨居 생활은 하나의 목표, 즉 개인의 욕구들을 충족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지만, 이것은 분명히 사랑의 율법에 모순된다…. 오히려 주님은 완전한 사랑을 품고 … 겸손의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수건을 허리에 두르시고 당신 제자의 발을 몸소 씻겨 주셨다. 그대는 누구의 발을 씻겨 줄 텐가?... 독거 생활을 하면서……형제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 즐겁고 훌륭한 일을 어찌 경험할 수 있을 것인가?”

 
성 아우구스티누스
 
(36쪽) 아프리카의 위대한 교부였던 히포 Hippo의 아우구스티누스 (354년-430년)는…. 현실과 유리된 것이 아니었다. 이를테면 인간적인 교제와 지적인 대화를 하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요구를 따랐다. …(37쪽) 수도원 안에서의 생활은 바깥세상에서 쓸모 있는 일을 하기 위한 밑바탕일 뿐이다. 그의 <고백록 Confessions> 곳곳에 드러나듯이 아우구스티누스 자신은 대단히 내향적인 인물이었지만 수도원 생활에 대한 그의 관점은 현실 지향적이었다… 그는 하느님의 체계에서 노동의 위치를 설명하는 한 편의 논문을 썼다…. 그가 정말로 바랐던 것은 두 손으로 노동을 하는 것이었다. (38쪽)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이 필수이며 노동의 신의 선물이라고 보는 그의 생각은 초기 교회의 교리나 교부들의 교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원죄를 저지르기 이전의 아담과 하와의 삶에서는 노동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렇지만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노동은 지상에서의 선한 삶을 위한 영구히 본질적인 요소에 해당한다고 가르쳤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이끌었던 공동체 중에는 몇몇 여성 공동체들도 있었다. …디모테오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에 적혀있는 것처럼 초기의 (39쪽) 고행적 공동체들 가운데 몇몇은 과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4세기말 아우구스티누스의 동시대인이자 괴벽스러운 인물이었던 성 히에로니무스는 부유한 여성들로 구성된 소모임에서 자제의 삶, 독신생활, 선행의 삶을 살라고 고무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그는 과부 바울라와 그녀의 가족, 그리고 자신의 책을 읽었던 수많은 추종자들의 내면에 여자들의 금욕적인 삶이 얼마나 존귀한가를 일깨워 주었다. …초창기의 수도생활에서 여성들이 뚜렷한 역할을 맡는 데에 기여했다.
 
요한네스  카시아누스
 
(40쪽) 4세기말에서 5세기초에 수도생활 운동은 로마제국의 많은 속주로 퍼져나갔다. …요한네스 카시아누스는 사막의 수도자들을 가장 예리하게 관찰한 사람이자… 이집트에서 수도사로서 수행기간을 보냈다. …카시아누스가 (프랑스에) 도착한 400년 경에는 이미 프로방스 지방이 사막에서 보낸 메시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41쪽) 그는 프로방스 지방에 있던 자신의 본거지를 중심으로 동방에서 배웠던 생활방식에 대한 지식을 서방에 퍼뜨렸다. 그는 먼저…갓 설립된 한 공동체를 위해 집필한 <제도집 Institues>에서 수도원의 기강과 공주수도사의 규율에 관한 토대 및 수도생활의 틀을 세웠다. …(44쪽) 얼마뒤 <제도집>은 서방지역 수도생활 기본서인 성 베네딕트 규칙으로 대체되었다.
…(45쪽) 오늘날의 독자는 카시아누스의 사상과 이상을 정말 낯설게 느끼면서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그의 이해와 심리적 통찰에 감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혹에 관한 그의 분석은 지나치게 예리한 칼날처럼 인간의 자기기만의 잡다한 근원을 꿰뚫고 있다.

“우리가 종사하고 싶어했지만 종사할 수 없었던 세속의 일들을 우리가 피한다고 해서, (46쪽) 우리 마음의 야심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정당하게 보이는 일들, 그리고 우리 자신의 권력에 보탬이 되는 일들마저 깨끗이 포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마음은 야심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우리 마음을 지속적으로 순수하게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일을 참아내며 부모님, 집, 지위, 재산, 안락함, 모든 현세적인 쾌락을 거부한다….. 고독,밤에 깨어있기, 수작업, 헐벗은 상태로 지내기, 독서…이러한 수련들을 하는 의도가 정욕 情慾에 의한 화禍로부터 마음을 구해 자유로운 마음을 유지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47쪽) 카시아누스는 <교부전>에서 “아시다시피 주님은 주님에 대한 묵상을 최고의 선으로 여겼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수도원 생활이 내부지향적이라는 것, 우선 공동체 안에서의 생활을 지향하고 다음으로 개인의 영적 생활을 지향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주장이다. 외부세계는 미혹의 세계일 뿐이다.
카시아누스는 기도를 네 개의 기본형식으로 나누었던 신약성서의 틀을 따랐다….1) 청원-이를 테면 참회의 요청 2) 헌신 3) 소청 4) 감사의 기도를 한다. 카시아누스는 소청은 “다른 남자들과 여자들을 위한, 우리의 가족들과 세상의 평화를 위한 열정적인 순간의 기도”를 의미했다.
(48쪽) 카시아누스는 수도사들이 그리스도 육신의 팔다리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수도사들이 다른 기독교인들과 한 몸이자 기독교인 전체 조직체의 일원, 즉 지상과 천상에 있는 교회의 구성원들이라는 견해를 언제나 간직하고 있었다. …그의 금욕주의에는 너무나 단호한 … 각종 미혹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 …휴머니스트라는 용어의 본래 의미에서 보거나 인간의 감정과 능력에 대한 그들의 믿음과 관심을 고려한다면 …(카시아누스는) 휴머니스트였다.실제로 카시아누스는 … 하느님의 너그러운 은총 없이도 완전성에 이르는 길에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했다. …(49쪽) 완전성에 이르는 인간의 전 과정이 하느님 은총의 섭리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격렬한 분투를 요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시도를 하라고 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 너희들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