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낡은 카메라

나의 카메라 이야기 19 소풍 카메라 - 올림푸스 Pen EE-3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25. 3. 29. 22:33

소풍날이면 누군가가 카메라를 빌려왔다.

초등학교 동창 아버님이 하셨던 웃동네의 미라사진관에서였을 게다. 

24방짜리 필름을 세로로 쪼개어 48방까지 찍을 수 있게 해주는 하프 프레임 카메라였다.

소풍이라면 이런 저런 장면을 스케치하거나 하여 필름 롤을 줄여야 했던 시절의 풍경이기도 했으니까.

 

사진은 대략의 노출을, 사진관 아저씨가 맞추어 준 대로 찍었다. 

맑은 날이거나 흐린 날에 맞추어.

지금도 몇 장의 사진이 그 때의 사진기가 만든 장면으로 남아있다. 

낡고 구겨진 운동복이거나 김밥 먹기에 급급했던 시절의 나의 모습이다. 

(지금이라고 그 때의 찌질함에서 그리 썩 나아진 모습은 아니다.)

 

펜삼이 하프 카메라

 

모델명 EE-3가 각인되어있다
렌즈는 올림푸스 1:3.5, 그리 밝러나 어둡지 않다.
올림푸스 D. Zuiko렌즈는 계도가 좋다. 좋은 흑백사진을 건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렌즈로 보는 풍경은, 사실은 렌즈가 아니지만, 흐릿하다. 세월의 흔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