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김형수, 삶은 언제 예술이되는가 - 삶으로 송두리째 안고...온몸이 온몸을 밀고 가는 것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25. 6. 18. 21:29

김형수,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1, 아시아 

 

한계가 총체적이면 극복도 총제적이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갖춰야 하면 모든 것을 다 갖추려는 삶을 '그냥 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고로 가치관의 정립이 핵심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피할 수 없도 극복할 수도 없는 것을 감당하는 유일한 길은 그것을 삶으로 송두리째 안고 가는 것입니다. 문학적 창작적 작가적 가치관을 확립하고 온몸이 온몸을 밀고 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오늘 제가 주장하는 핵심입니다. (40쪽)

 

세계는 인간의 체험 속에서 신성하기 때문에 모든 현상과 만물의 척도는 살아있는 존재 하나하나가 다 다르게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폴 발레리는 "나는 인간 각자가 만물의 척도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존재 하나하나는 전부 다 각자의 가치기준을 척도로 해서 세상을 만나는 그런 신성불가침의 영역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찌 세계를 향한 고독한 외침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 존재의 어둠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영원한 숙제가 될 것입니다. (63쪽)

 

살아있는 인간형을 문학용어로 '성격'이라고 합니다. 문학이 자기 소명을 수행하는 방법이 성격창조에 있따는 점을 알게 되면, 우리가 글을 쓸 때 가장 중시하고 핵심적인 사안으로서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밝혀집니다. (66쪽)... 인간의 목숨은 유한하기 때문에 금방 소멸하지만 그것이 의미했던 것, 그것이 하나의 성격[인간유형]으로서 우리들 삶 속에서 맡는 역할은 소멸되지 않습니다. (67쪽)

 

더 정확한 표현을 향한 한 단계의 도약, 부정면에 대한 경고에서 긍정 면에 대한 격려를 향한 또 한 단계의 도약, 그리고 개념적 전달에서 형상적 전달에로의 도약, 이렇게 세 번의 도약이 필요합니다.... 세계관이라고 하는 피아노의 조율사에 의해 영혼의 건반이 이것저것 두들겨졌다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음에 이르러 타자기에 찍히듯이 (107쪽) 언어나 문장 하나가 찍히고 또 그것이 반복하고 하는 과정이... 또 그로 인해 변화된 삶을 추구하게 되는 겁니다. 문학을 통해 변화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단계가 바로 문학적인 (곧바로 창조적인) 삶이 살아지는 단계이겠죠. (108쪽)... 그리지 않고 그리기, 말하지 않고 말하기를 하기가 가장 용이한 것이 문자라는 도구이기 때문에 문학이 세계의 형상을 그리고, 인간형을 창조하는 게 가능해지는 겁니다. (110쪽)

 

문학은 본질적으로 일방향일 수 밖에 없습니다. (116쪽) 왜냐하면 고독하고 위대한 개인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인 까닭이에요. 그것이 소통되는 형식을 들여다봐도 그렇습니다. 독자는 한 인간(작가)의 내면에서 발생한 고독한 소리를 듣기 위해 문학작품을 펼쳐요. 자기가 몰랐던 어떤 놀라운 이야기가 소설 속에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요.(117쪽)

 

냉동된 언어는 문학의 언어가 아니고 활어는 문학의 언어입니다. 성격창조에 관여되는 언어는 모두 문학의 언어이고, 성격창조와 무관한 언어는 아무리 고상해 보여도 비문학, 비예술의 언어예요. (123쪽)

 

예술의 형식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시작됩니다. 서사적 장르든 서정적 장르든 인간의 삶 속에서 서사적, 서정적 감동의 형태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 원형을 근거로 나뉘게 되어 (127쪽) 있어요. 즉, 삶을 관찰하는 형식이 바로 서정적 방식이거나 서사적 방식이냐를 가른다는 거죠. 문학의 갈래는 개개 인간들이 이웃들과 삶의 감동을 주고받는 의사소통의 방식에 의해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삶에서 감응하는 감동의 형식이 장르의 차이를 만든 거예요. (128쪽)

 

시인이란 것이 자기 시대의 예민한 촉수임이 분명하구나. 역시 '나라와 계급의 귀이자 눈이요 감각기관' (고리끼)이다, 싶었던 거예요. (132쪽)

 

밀란 쿤데라는 서사문학의 본지를 "인간 성격의 새로운 측면을 발굴하지 않는 작품은 부도덕한 작품"이라고 말히요. ...그 서사가 밝혀내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를 보여주는 인간성격의 새로운 측면이 새롭게 드러나는 것이 새로운 소설이라는 겁니다.... 시에 대해서도 시를 "저 뒤쪽 어디에서" 오는 것이라고 정의해요 어느 날 불쑥, 존재의 저 뒤쪽 어딘가에서 치솟아 오는 것, 서정적 방식에 의한 것은 역시 감정표출이 핵심입니다. (140쪽)

 

문예창작의 과정은 작가가 자기의 미학적 이상에 따라 인간과 그 삶을 묘사하는 과정이다. 작가가 생활소재를 취사선택하고 평가하며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원칙, 그 전(全)과정에서 의거하는 형상 창조의 틀을 창작방법이라 한다. (173쪽)

 

* 김형수 선생님의 책을 다시 읽어본다. 젊은날 나는 문학에 대한 이해가 있기는 한 것이었나? 무엇보다도 나의 온몸을 던져 문학이라는 바다에 젖어본 적이 있기는 한 것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