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길을 걷다 보면 일본식 한자로 씌여진 안내판 등을 보게 된다.
우선 우리네도 사용하는 용어부터 정리하자.
寺刹 : 사 寺는 절집(사)이나 관청 (시)을 뜻한다. 원래 자형은 발(止)을 손(又)으로 떠받들고 있어 모신다는 의미라고 한다.
찰 刹은 범어 刹多罗 산스크리트 क्षेत्र (kṣetra, “land, domain”)에서 온 말로, 역시 절집을 의미한다.
(참고로 내가 곧잘 사용하는 '절집'이란 표현이 불교를 낮추는 것이란 시각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당우'나 '전'이란 한자를 쓰면 높임이 된다는 시각에는 반대한다. 그러고 '집'이란 '짓다'로 표현되는 언어의 아름다운 원형이다.)
걷다 보면 만나는 표지판 등에는
札所 (찰소, ふだしょ )라고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언뜻 礼所 (예소, 예를 드리는 곳)으로 읽었었다. 한자를 어정쩡히 알면 그렇다.
찰소札所를 말하기에 앞서 납찰納札을 설명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納札 [納め札(おさめふだ) 오사메후다] : 신사나 절을 참배하고 기원 등을 위해
목패 혹은 종이 쪽에 소원과 이름, 주소 등을 써
절집의 기둥에 붙이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종이 쪽에 인쇄된 것을 사용하여 납찰함에 넣는다.
이 때의 札에는 참배객이 직접 쓴 소원종이 쪽뿐 아니라, 봉납의 증명으로 발행된 공인 서류도 포함된다.
|
|
納経帳 : 순례하는 불교신자들이 자신이 필사한 경전(經)을 절집에 봉안하고 (納)
이의 증거로 받는 붉은 도장을 받은 치부朱印帳을 말한다.
지금은 대사당 앞에서 반야심경을 독송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납경소에서 납경비를 내고 주인朱印을 받는다.
札所(ふだしょ) : 순례객들이 패찰(나무패이거나 종이쪽)을 바치는 곳을 일컫는다.
靈場 : 영험 靈驗한 장소를 일컫는다. 절집이나 신사를 통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절집의 개찰설화 등과 관련되어 신성시되는 곳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お遍路 (おへんろ) 오헨로 : 遍 '편'은 그 훈이 '두루'라는 의미이나 불교적 사용에서는 '변'이라 읽기도 한다.
遍照 변조 같은 경우가 그 예이다.
遍照金剛 (대일여래의 밀어, 홍법대사/空海/를 일컫는다.)의 빛이 두루 미치는,
혹은 비치는 (걸었던) 길이란 의미일지도.
따라서 오헨로는 시코쿠 순로巡路길의 별칭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해서 사이코쿠 33개소의 관음성지는 巡路라고 칭한다.
國分寺 일본 나라시대[奈良時代] 741년 쇼무[聖武]일왕의 칙령에 의해서 각 구니[國]에 세워진 절이라고 전한다. 일종의 호국사찰인 셈이다. 구니는 일종의 지방국으로 봉건 영주들이 다스리는 제후국과 같은 개념으로, 시코쿠(四國)에는 4개의 국분사가 있다. 곧 4개의 영주가 다스리는 지역이었음을 의미한다.
우리에게서는 보기 힘들지만 몇 가지 한자 추가한다.
峠 (한국어 발음 상; 일본어 발음 훈독으로만 とうげ 토게) : 고개의 뜻이다. 산이 위/아래로 갈리는 지점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일본에서 만든 한자이다. 한국어 발음 '상'은 우변의 윗상 上에 의해 임의 배정된 음이다. 한자로 고개는 치 (峙 산 우뚝할 치)가 있다. 구개음화 전의 발음은 '티'일 것이다.
坂 (비탈 판; 일본어 발음 さか) 언덕배기를 일컫는다. 일본에서는 경사가 완만한 비탈을 말한다. 산을 올라가는 길 등의 이름에 흔히 붙어 있다. 坂과 阪 (비탈 판)은 같은 글자임에도 일본의 경우 지명에는 흔히 坂을 사용하고 있다.
'짧은 여행의 기록 > 시코쿠 오헨로 순례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코쿠 오헨로길 26 - 은하철도 999의 시발역 (1) | 2024.11.02 |
---|---|
시코쿠 오헨로길 24 - 시코쿠의 국보 건축물 (0) | 2023.04.09 |
시코쿠 오헨로길 23 - 아! 태평양, 너른 바다 (0) | 2023.04.09 |
시코쿠 오헨로길 22 - 번외(番外) (0) | 2023.04.08 |
시코쿠 오헨로길 21 - 대사당(大師堂) (0) | 2023.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