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시코쿠 오헨로 순례길

시코쿠 오헨로길 25 - 찰소 (札所)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23. 7. 12. 15:18

시코쿠 길을 걷다 보면 일본식 한자로 씌여진 안내판 등을 보게 된다.

우선 우리네도 사용하는 용어부터 정리하자.

 

寺刹 : 사 寺는 절집(사)이나 관청 (시)을 뜻한다. 원래 자형은 발(止)을 손(又)으로 떠받들고 있어 모신다는 의미라고 한다.

          찰 刹은 범어 刹多罗 산스크리트 क्षेत्र (kṣetra, land, domain)에서 온 말로, 역시 절집을 의미한다.

 

(참고로 내가 곧잘 사용하는 '절집'이란 표현이 불교를 낮추는 것이란 시각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당우'나 '전'이란 한자를 쓰면 높임이 된다는 시각에는 반대한다. 그러고 '집'이란 '짓다'로 표현되는 언어의 아름다운 원형이다.)

 

걷다 보면 만나는 표지판 등에는

札所 (찰소, ふだしょ )라고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언뜻 礼所 (예소, 예를 드리는 곳)으로 읽었었다. 한자를 어정쩡히 알면 그렇다.

찰소札所를 말하기에 앞서 납찰納札을 설명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納札 [納め札(おさめふだ) 오사메후다] : 신사나 절을 참배하고 기원 등을 위해

                            목패 혹은 종이 쪽에 소원과 이름, 주소 등을 써

                            절집의 기둥에 붙이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종이 쪽에 인쇄된 것을 사용하여 납찰함에 넣는다.

                            이 때의 札에는 참배객이 직접 쓴 소원종이 쪽뿐 아니라,  봉납의 증명으로 발행된 공인 서류도 포함된다.

이게 나무패이다.

절집 기둥이 나무패의 못질로 숭악하다.

 

納経帳 : 순례하는 불교신자들이 자신이 필사한 경전(經)을 절집에 봉안하고 (納)

             이의 증거로 받는 붉은 도장을 받은 치부朱印帳을 말한다.

             지금은 대사당 앞에서 반야심경을 독송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납경소에서 납경비를 내고 주인朱印을 받는다.

 

이제 찰소(札所)의 의미가 명확해졌을 것이다.

札所(ふだしょ) : 순례객들이 패찰(나무패이거나 종이쪽)을 바치는 곳을 일컫는다.

靈場 : 영험 靈驗한 장소를 일컫는다. 절집이나 신사를 통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절집의 개찰설화 등과 관련되어 신성시되는 곳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お遍路 (おへんろ) 오헨로 : 遍 '편'은 그 훈이 '두루'라는 의미이나 불교적 사용에서는 '변'이라 읽기도 한다.

            遍照 변조 같은 경우가 그 예이다.

            遍照金剛 (대일여래의 밀어, 홍법대사/空海/를 일컫는다.)의 빛이 두루 미치는,

                           혹은 비치는 (걸었던) 길이란 의미일지도.

            따라서 오헨로는 시코쿠 순로巡路길의 별칭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해서 사이코쿠 33개소의 관음성지는 巡路라고 칭한다.

 

國分寺  일본 나라시대[奈良時代] 741년 쇼무[聖武]일왕의 칙령에 의해서 각 구니[國]에 세워진 절이라고 전한다. 일종의 호국사찰인 셈이다. 구니는 일종의 지방국으로 봉건 영주들이 다스리는 제후국과 같은 개념으로, 시코쿠(四國)에는 4개의 국분사가 있다. 곧 4개의 영주가 다스리는 지역이었음을 의미한다.

 

우리에게서는 보기 힘들지만 몇 가지 한자 추가한다.

 

(한국어 발음 상; 일본어 발음 훈독으로만 とうげ 토게) : 고개의 뜻이다. 산이 위/아래로 갈리는 지점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일본에서 만든 한자이다. 한국어 발음 '상'은 우변의 윗상 上에 의해 임의 배정된 음이다. 한자로 고개는 치 ( 산 우뚝할 치)가 있다. 구개음화 전의 발음은 '티'일 것이다. 

 

(비탈 판; 일본어 발음 さか) 언덕배기를 일컫는다. 일본에서는 경사가 완만한 비탈을 말한다. 산을 올라가는 길 등의 이름에 흔히 붙어 있다. 坂과 阪 (비탈 판)은 같은 글자임에도 일본의 경우 지명에는 흔히 坂을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