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공진호 역, 문학동네 나는 초로에 접어들었다....먼저 나로 말하자면 젊어서부터 줄곧 평탄하게 사는 게 최고라는 깊은 확신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다....고백하건대 나는 그 (시적 열의는 별로 없는 저명인사였던 고 존 제이컵 애스터)의 이름을 되풀이해 말하기 좋아한다. 그의 이름을 발음하면 둥그렇게 오므린 입안에서 소리가 회전하는 듯한데, 그것이 마치 금괴를 두드리는 듯한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나의 사무실은 월스트리트 2층에 있었다...그쪽 창밖으로는 높은 벽돌 벽이 훤이 내다보였다. 어느 날 아침, 한 젊은이가 내가 낸 광고를 보고 찾아와 사무실 문턱에 미동도 없이...창백하리만치 말쑥하고, 가련하리만치 점잖고, 구제불능으로 쓸쓸한 그 모습이! 그가 바틀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