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한 때, 흑백다방 앞에서. 정일근 시인의 같은 시제목도 그러하려니와, 나 역시도 세부묘사의 진실성에 목 말라했다. 여기 화가 유택렬 선생의 그 곳에 서면 항상 붓질이 서툴렀던 고등학교 미술반 생활도 상기되고, 철학과 친구 녀석과 설익은 '부분과 전체'를 논했던 시간과 그런 뒤면 중앙시장 신생우동집에서 낮술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 내 청춘의 비망록, 흑백다방. 낮게 깔리던 클래식처럼.... 흑백 다방 정일근 시인 오래된 시집을 읽다, 누군가 그어준 붉은 밑줄을 만나 그대도 함께 가슴뜨거워진다면 흑백다방, 스무살 내 상처의 비망록에 밑줄 그어진 그곳도 그러하리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를 들을 때마다 4악장이 끝나기도 전에 쿵쿵쿵 쿵, 운명이 문을 두드리며 찾아와 수갑을 차고 유폐될 껏 같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