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에서 프랑스 남부의 광활하고 푸른 초원을 상기하기는 어렵다.
그저 날렵하고 또 날렵하단 말 밖에.
오피넬 접이칼은 여러모로 소용에 닿는 물건이다.
캠퍼에겐 온갖 곳에 쓸모가 있는 유용한 놈이다.
편지 봉투를 스윽 오리거나,
종이상자의 끄내끼를 자르거나,
혹은 캠핑장에서 과일을 치거나 할 때,
몇 마리 잡지 못한 놀래미 배를 가르는 낚시꾼의 손 바닥에서도.
크기에서는 우선 No.2부터 No. 12까지 접이칼이 장식나무곽에 담겼다.
No.2의 경우 어디 연필이라도 깎으면 좋을만한 크기이다. 앙징맞다.
No. 12의 크기는 좀 부담스러운 정도이긴 하다.
장식장에 저런 날붙이가 있으면, 중세의 느낌은 아니더라도,
집안에 잡신이 범접하진 못하리라.
칼자루 머리에는 접이칼의 안전장치가 있다.
약간 비탈지게 되어 있어 칼을 편 후 머리부분의 고리를 돌려서 실수로 접히는 것을 막아준다.
또 접어두었을 때도 같은 방법으로 둥근 고리를 돌리면 칼이 펴지는 것을 막아준다.
칼날은 서슬이 퍼렇다는 말처럼 쨍하다.
아주 부빙가 나무나 모잠비크 흑단목의 고급 재질이 아니라면, 오피넬에서는 너도밤나무, 올리브 나무, 떡갈나무, 호두나무 칼자루를 만들고 있다.
실제 어느 재질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어떤 환경에 사용하는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가장 흔한 재질로서 너도밤나무 beech 는 권총의 총자루에도 사용되는 재질로서 나쁘지 않은 재질이다.
그러나 물을 먹으면 뒤틀리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올리브 나무 olive 는 균일한 재료를 얻기 어려운 단점이 있고 때론 습기를 흡수할 때 뒤틀린다고 한다.
올리브 나무의 약간 붉은끼가 도는 느낌을 나는 꽤 좋아한다.
호두나무 walnut 는 조금 짙은 색을 좋아하는 이라면 택할 만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재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조금 무르다고 보아야 한다.
떡갈나무 특히 빨간 떡갈나무 Oak는 가구목으로 많이 사용되는 재질이다. 실외용에서 성능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저 세트의 너도밤나무는 조금 귀티가 덜나 보이는 느낌은 나만의 그것인지도......
개인적으로는 헬레의 뒤틀린 자작나무를 좋아한다. 그 색감을. 올리브의 색감도 나쁘지 않다.
오피넬의 상표는 왕관을 쓰고 있는 손 Crowned Hand 이다.
저 손가락은 세례 요한의 축복을 뜻한다고 한다. 오피넬 가족이 살던 곳과 가까운 생쟝드모리엔느 지방의 문장이기도 하다.
왕관은 Savoie 지방이 공작령이라 추가된 것으로 되어있다.
알고 보지 않으면 칼날에 OPINEL 글자 뒤에 각인된 저 상표는 놓쳐버리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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