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버너와 달리 석유 버너는 어쨌거나 냄새가 가장 거슬리는 부분이다.
연료 탱크에 주유할 때, 혹은 여분의 연료통에 등유를 채울 때가 그렇다.
기화기가 덜 달구어졌을 때 유증기의 분출과 음식에까지 스며드는 기름냄새는 곤혹스럽다.
특히나 연료통의 경우 깔때기에 숨 홈통 Ventilation groove가 없다면 등유가 넘쳐서 더욱 그렇다.
캠퍼들은 공감하겠지만, 아파트 재활용품 버리는 날에는 무언가 적당한 물건이 없을까 두리번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렇지만 좋은 무언가를 얻는 것은 항상 그런 두리번거림이 아니라 나의 주변이다. 이미 있던 것에서......
양주 플라스크의 스뎅 깔때기는 너무 크기가 작다. (숨 홈통이 있어 좋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 플라스틱 기름 깔때기는 주둥이가 너무 커 연료 탱크에는 맞지 않다.
이전에는 우유팩을 미리 말려 준비했다가,
연료통 -> 우유팩 -> 빠나 연료탱크 이런 순서로 연료를 채웠었다.
실제로 나쁘지 않다. 그러나 우유팩을 항상 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에 적당한 놈을 찾았다.
무수 에탄올 플라스틱 주둥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저놈의 몸통을 반 잘라서 사용하니 '좋았다'.
('좋았다'라는 결론 앞에 별다른 형용이나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그렇게 그저.)
빠나의 연료 탱크 사이즈에 맞추어 한 번에 많은 양을 부어주어도 넘치지 않았다.
수납도 마개 채우고 연료통 위에 덮으면 되니 깔때기 보다 수월하다.
즐거움이란 사소한 데 있는데.
그러한 사소함에 매몰되는 나 자신이 조금씩 통속화하는 것은 아닌지 허탈해지기도 한다.
사소함을 이기는 것이 이성적 인간의 자기 조절이긴 하다. 늘. 또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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