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토브 이야기

나의 스토브 이야기 12 Optimus 111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7. 12. 15. 01:15
나의 스토브 이야기 12 
 
남자의 슬라이딩 빠나 옵티무스 111 
 
사실 빠나 얘기는 그만할려고 했다. 그런데 중고로운 평화나라에서 옵티무스 111을 질렀다.
밤늦은 문자질에,
아마도 그분 또한 나와 취기가 비슷한 술자리인 듯,
택배비 정도 깎아 달라니까 아주 헐한 값에 분양해 주셨다. 반품없는 조건이긴 했지만.

빠나는 스웨덴이지, 손 좀 보면 불을 볼 수 있으리란 조금은 희망적인 확신으로.
 
옵티무스 8  휘발유 빠나가 작은 탱크 사이즈에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면,
이놈은 호방하게 석유를 충분히 머금고 버텨주는 맛이 있다. 해서 남자의 빠나라 칭할 만하다.

믿거나  말거나 800도까정 견딘다는 내열 뺑키로 녹슨  케이스를 다시 칠했다.
깜장색으로 (옵티무스 하이커도 깜장색이긴 하다)
뺑끼는 뭐래도 독일제라고 위안을 삼아본다. That is comforting.
젊은 날 한 선배님은 내게 복사는 9급이라고 하셨지만,
저놈의 뺑기칠도 9급이다. 얼룩덜룩이로......
 
펌핑바킹도 제대로 된 가죽으로 갈아주고.
논리턴 체크 밸브도 갈았다.  
(배보다 배꼽이 큰 소모품들......영국에서 공수하였다는.......)
 
언제나 그렇지만 옵티무스의 만듦새는 세월을 이기고. 여전히 아름답다.  

손 볼 곳을 최소화하는 것이 공학의 기본이다.
직관적인 수리가 가능토록 하는 것은 공학의 본질이다. 
그것을 70여년 전에 구현한 이 사람들의 열정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펌핑 댓번 해 주고, 알콜 지려주어 예열하였더니만, 저절로 뱀 혓바닥이 올라온다.
이 때 살짝 불조절을 올려주면 된다. 아, 이 빠나의 화력이란.
 
요 며칠 동장군이 러시아보다 심하다는, 다이나믹 코리아에선.
겨울 야영장을 다시 예약해야겠다.
새들도 늦잠을 잔다는 겨울 캠핑. 새소리에 잠을 깨는 시간 7시 30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