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미륵을 찾아서

내장산, 돌감나무, 겨우살이 그리고 구름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09. 11. 23. 22:38

 

내장산 입구의 절집, 내장사.

감나무의 붉은 감도 절집 사정이 궁금했는지 한쪽으로만 눈길을 돌리고 있다.

비닐로 문풍지를 덧댄 요사채에는 절집 사람들의 인적도 끊기고,

마당에 감로수만 조용히 흐른다.

초겨울의 하늘에 알알이 박힌 붉은 감으로도 색을 잃어가는 가을을 늦추진 못한다.

 

 

단풍이 모두 져 버린 날을 택해 내장산에 오른다.

서울의 엊저녁 짓눈깨비가 여기서는 눈발로 날렸는지 산의 북쪽 언저리에는 잔설이 여전하다.

 

겨우살이 풀들이 나무에 매달렸다.

나무는 제 수액을 뺏기고도 말이 없다. 아픈 것인지, 친구삼는 것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빨간 열매를 단 붉은겨울살이도 매달렸다.

 

 

초겨울의 하늘에 구름이 색다르다.

제트기가 지나간 흔적인지.....

누군가에게는 꿈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되었을, 젊은 날 연애편지 편지지 같은 맑음.

 

 

정읍 읍내의 정촌이란 한정식집.

고풍스런 한옥의 툇마루와 창도 없이 연결된 내실의 미닫이 문. 잘 닫혀지지 않는 미닫이로 바람이 차갑다.

손때 탄 문고리, 사람과 세월이 그 매서움을 이기고 버틴다.

가짓수 많은 찬이었으나 음식맛은 썩 좋지 못했다.

역시 삼겹살에 쇠주 한 잔이 그리운 건, 정갱이까지 시려오는 날씨 탓 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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