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無明)이라 일렀던가?
내 삶 또한 그 무명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진대,
지혜의 칼로 무명을 갈랐다는 혹은 그러할 칼을 찾는다는 심검당(尋劍堂)이 있어
개심사는 외롭지 않다.
인연이 없는 자는
가는 곳마다 밥때가 지난 마당개처럼 헐헐거리듯
제 모습을 보지 못하지만,
비록 개심사의 대웅전 (조선 초기의 주심포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물로 보물 143호로 지정되어 있다)이 보수 공사 중이라 한들,
저 천연스런 대목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심검당 하나 만으로
개심사는 찾아봄직한 절집이다.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기둥과 창방의 자연이 만든 곡선은
절집의 수행이 자연의 그것과 머리카락 한 올의 차이가 없음을
관념이 아닌 실제적 사물로서 구현한 대목장의 깨달음이리라.
절집을 보고, 산을 에둘러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들꽃은
허허로운 들판에서 삶의 한 때를 생각케한다.
절정에서 만나는 것들에서는 풋풋한 내음이 나는 법이라서,
저 나비의 고요함에 묻어나는 잠시나마의 인연이
나의 눈길을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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