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이야 어디나 좋지마는, 충남 보령의 오서산은 억새밭으로 유명한 곳이다.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억새도 한 이름값을 하지만, 그 총중에 서해안 최고봉이라는 오서산 정상의 억새는
봄의 진달래 능선을 뒤덮어 기억의 저편으로 밀어내고 가을 물결을 일렁이게 한다.
바다를 옮겨 놓은 자연의 솜씨에 다만 감탄할 따름.
또 하나는 청소면과 청라면의 사이쯤에 있는 '오서산 꿈의 궁전'이라는 곳 근처의 마을을 통과하는 길이 있다.
마지막 한 길은 오서산 자연휴양림을 통과하여 산행하는 길이 있다.
봄이라면 오서산 자연 휴양림을 통과하여 산행하는 쪽을 권하고 싶다.
그 쪽길은 팔부능선의 진달래 자락이 그만이다.
이번 가을 산행에서는 광천 쪽에서 오르는 길을 택하였는데, 상담마을을 지나 오르는 길이 훨씬 운치가 있어 좋다.
어떤 집 너른 타작마당에서는 콩을 턴다든지하고, 몇 집은 생강을 내어 팔고 있었다.
얼갈이 배추가 짙푸름을 더하고, 늦상추가 탐스런 밭길을 따라 오르노라면, 어느새 가을 산의 초입이다.
이 길은 정암사라는 절집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백제 무왕 때 창건되었다는 유서 깊은 '정암사'이다.
일주문 대신에 종루각으로 사찰의 경계를 삼고 있는 비구니 절집이다.
절집 바로 아래에는 佛乳閣 이라는 샘물 누각이 있어 목을 축이기 적당하다.
계곡은 산의 건너편 (명대계곡이라는 유명한 계곡이 좋다) 에 발달해 있는 탓에 광천 상담마을을 통한 산행에서는 물을 꼭 준비할 일이다.
가을 산 억새는 물결처럼 은빛으로 부서지며 파도처럼 일렁인다.
멀리 보이는 팔각정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걷자면 오서산 정상이다.
까망돌로 보령 오서산이라 새겨둔 표지석이 나온다.
아쉽지만 산행은 팔각정까지, 여기서 그치기로 한다.
징징 거리는 큰 딸내미 탓이다.
산행은 길게 잡아 3시간 남짓이다.
해송이 사철 푸른 곳이다.
여름이면 이곳에서 맛조개 잡이를 할 수 있는 춘장대 해수욕장 인근의 갯벌 체험이 가능하다.
내일의 내소사 절집 구경에 조개잡이도 접을 수 밖에.사진은 새벽의 못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잡느라고 잡았는데, 마음 같지 않게 사진이 썩 내키지 않는다.
이만 총총.
'짧은 여행의 기록 > 미륵을 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항 보경사 내연산 계곡길에서 (0) | 2007.06.22 |
---|---|
충남 서산 개심사에서 (0) | 2006.06.11 |
용문사? 용문산! (0) | 2005.10.30 |
영평사 구절초 축제에서 (0) | 2005.10.02 |
강화 정수사 (0) | 2005.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