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미륵을 찾아서

당진 면천 영탑사 - 금동 비로자나 삼존불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8. 10. 5. 22:45

면천 영탑사를 찾습니다. 남도에 태풍이 온다는데 바람은 잦아들어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절집의 고요가 있어 더욱 좋은 시간인 듯 합니다.


우선 영탑부터 찾아봅니다.

절집 마당에 5층으로 있던 탑을 탑신만 유리광전 뒷 석산의 바웃돌 위에 2층을 더하여 7층으로 앉힌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어느 눈 밝은 스님께서 반야용선의 탑신으로 우뚝하니 옮겨두신 듯 합니다.


영탑의 바로 아래에는 유리광전이 있습니다.

약사불을 모신 당우입니다. 애초에 저 약사마애불이 먼저 조성되고 뒤에 당우로 덮어둔 형상입니다.


면천 川의 면자는 물찰랑일 면이라고 스님께서는 설명하십니다.

실제로는 물이 부족한 지역이라 그런 글자로 마을 이름을 삼았다고 합니다.

결국은 중생의 삶이 고달프고 병마에 시달리는 지역이라, 약사불을 조성했다는 설명이십니다.



사실 당진 면천의 영탑사를 찾았던 이유는 바로 금동 비로자나 삼존불을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두 차례인가 도둑을 맞고도 제 자리를 찾은 비로자나 부처는 이제 철제 금고속에 계십니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그 무엇도 버리지 않으면 아니된다고는 하셨지만- 가르침의 종교가 그 욕심 때문에 수난을 당하는 것은 인간사의 아니러니일 겁니다.

손가락 모양을 자세히 봅니다.

오른손 검지 끝을 왼손으로 감싸쥔 모양으로 좌권인의 수인을 취하고 있습니다.

불국사 비로자나불도 좌권인을 취하고 있습니다.

금박을 입혀서 표정이 순해지신 느낌을 받습니다.

약간 서쪽 방향을 보시게 안치된 것이 이채롭습니다.



절집 마당에 수령이 오래된 느티나무가 여럿 있습니다. 넉넉히 200년은 된 느티나무는 절집을 지키는 신장 같은 느낌입니다.

가을날 비 속에서 찾은 영탑사, 봄에 다시 다녀와야겠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