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미륵을 찾아서

진해 웅동 성흥사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8. 9. 29. 01:31

'선지자가 고향을 떠나서 환영받지 못함이 없느니라' 라고 예수가 이야기했다고 하지만,

고향 인근의 절집 또한 그러하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의 기억을 뒤로하고 추석을 앞두고 찾은 절집은 고요가 내려앉았다.

본전도 본전이지만 나한전의 500 나한은 저마다의 표정으로 차분히 웃고 있었다.

 

불모산 자락이고 하지만 오히려 김해 쪽의 굴암산 자락이 더 가찹고,

굴암산 서편의 불모산에는 범어사의 말사인 곰절 성주사가 있다.

외려 진해 웅동 쪽에 있는 성흥사는 쌍계사의 말사로 절집의 공간적 세력 구조가 오묘한 구석이 있다.

 

 

 

 

 

늘상 그렇지만 절집 마당의 배롱나무는 백일 붉은 꽃을 피운다.

하얀 수피가 스님 머리의 그것 마냥 맨드드러 하다.

 

 

운판과 쇠북이 걸린 종루는 날듯이 기지개를 켠다.

쭉쭉 뻗은 편백이 함께 씩씩하다.

 

 

 

스님의 사랑이라는 꽃무릇은 여전히 붉다.

저 꽃을 절집 안에 심은 뜻을 내사 알리 없지만.

더운 여름날 잎을 앞세워 보내고 이제 꽃을 보게 됨은

필멸의 인간에게 던지는 염화의 미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산신각은 나무 백일홍의 가지를 짊어지고......

호랑이 한 마리가 산을 내려와 벽 속에 갇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