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국보였다가 지금은 무슨 천덕구러기처럼 콘크리트 건물의 옥상위에 놓여 있는 동종,
상원사의 동종을 보러 갑니다.
문화재가 되면 접촉.....손만짐이 허용되지 않기에,
진품으로 판명나기 전에 촉감이나 궁금했던 것을 세밀히 볼 양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4대 적멸보궁인지 5대 적멸보궁인지에 들어가는 영월의 법흥사를 들러,
여주의 고달사지를 지나서,
양평의 상원사로 갑니다.
절집의 첫인상은 콘크리트 기숙사로 막혀있는 기와집 같았습니다.
그러나 절집의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여러번 난리와 전쟁통에 불이나서 최근에 지은 절집치고는 참으로 정갈하고 세련되었더랬습니다.
눈밝고 생각깊은 주지와 신도들의 아름다운 합창이겠지요, 이리 아름다운 절집을 지었음은.
당초 보고픈 동종보다도 절집의 간결한 아름다움에 먼지 눈이 갔습니다.
동종은 바로 그 콘크리트 건물의 옥상에 무슨 권투 샌드백 같은 자세로 서 있었습니다.
맵시의 흐름이 보아왔던 동종과는 차이가 있고,
주물의 흔적도 남다른 데가 있고,
비천상은 그렇다고 쳐도,
동종을 가로지르는 띠선들은 새로움이었습니다.
진품이 아니라는 데 집착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수고로운 노동의 산물임을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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