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르네상스의 마지막 날들 (1/3)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8. 7. 22. 23:28

르네상스의 마지막 날들, 시어도어 래브



중첩되는 부분이 아무리 거대하고, 화해할 수 없는 모호성들이 존재한다해도

근본적인 변화는 분명히 일어난다.

엘리어스 테어 파울러의 용어로

하나의 '이질성'에서 다음 이질성으로 넘어가는 이행을 표시하는

느슨하지만 분명히 보이는 경계선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과거를 이해하려는 우리의 시도는 초점을 상실할 것이다. (서문, 12쪽)


이 책의 요지는 여러 시기들을 하나로 결합하는

일관성을 밝혀내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며,

과거의 형태를 규정하고 파악하고자 할 때 핵심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서문, 14쪽)


중세 유럽을 하나로 묶어주었던 제도들은.....유럽인들의 삶에 기본적인 동질성을 만들어낸 것은

교회와 전쟁과 농노의 예속상태, 도시의 구조, 그리고 정치와 법과 사회의 교차점이었다. (1장 중세 서구의 통일성들,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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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가치들에 대한 공격이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14세기의 일로......


서구 기독교 세계의 단일성을 파괴하는 운동의 온상....교황의 권위에 관한 문제에서 그랬듯이,

중세 사회의 통일성을 구성하던 핵심적 요소 하나가 시험대에 올라 무력함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2장 다시 만들어진 유럽, 49쪽)


사소하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몇 가지 관점들에서,

우리는 르네상스를 화약의 발명에 적응해나간 시대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2장, 51쪽)


소작인의 의무들 다하기 위해 영주들과 함께 싸우던 강건한 장정들로 구성된

전통적인 봉건징집병들이 점차 용병들로 대체되었다.

현금으로 봉사를 대신한 이 '사이비' 봉건제도는 상당히 이질적인 미래를 향한 또 하나의 표지판이었다. (2장 53쪽)

자유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제시하는 대안이

예전에는 땅에 묶에 있던 수십만 명을 해방했을 뿐 아니라 (2장, 54쪽)......

정부 권력 팽창의 시대가 막 시작되려 하던 그 시기에,

민중 저항의 전통도 함께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2장,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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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라는 명칭은 15세기와 16세기를 설명하는 표준적인 용어가 되었다......)

우리의 관심사는 하나의 정의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기 특유의 통일성을 밝혀내는 것이다.

15세기 초부터 그 새로운 결속력 자체가 마모되기 시작할 때까지 걸쳐있는

그 시기 동안 유럽을 하나로 묶어주었던 사유와 창조성과 관습에 나타났던 일관성들 말이다. (3장 르네상스 문명, 66쪽)


그래도 그 다음 세기 (15c)를 거치는 동안 화약은 전쟁 수행의 가장 우세한 도구로 확립되었고,

머출 줄 모르는 발전은 르네상스 유럽의 결정적인 지표가 되었다.

또한 마침내 나타난 화약의 효과를 제한하려는 시도들은 르네상스 세계가 끝나가고 있다는 확실한 조짐이었다. (3장, 68쪽)

1400년대 중반부터 1600년대 중반까지 군대의 규모와 그에 필요한 군비지출, 그리고 거기서 야기되는 인적손실에서

급속하고도 가차 없는 증가가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다. (3장, 70쪽)


1600년경......이 시기 처음으로, 국가가 그 구성원인 국민들과 통치하는 정부 어느 쪽에도 종속되지 않는

비인격적 존재로서 규정된 때임을 알어차렸을 것이다. (3장 74쪽)


정치 지형에 일어난 장기적인 변화에서

르네상스 시기가 차지하는 국면은 한 가지 중요한 관점에서 매우 독특한다.

중세 말기에는 영주들과 왕들의 권위에 맞서는 교회와 자치도시들과 귀족이라는 막강한 세 경쟁자가 있었다.

이 시기 국가 형성의 이야기에서 독특한 점은 14세기와 17세기 사이에

이 세 경쟁자들이 모두 격파되었다는 것이다. (3장 74쪽)

16세기의 종교분쟁은 카톨릭 신자인 군주들에게도 자신의 권력을 주장할 기회를 똑 같이 제공했다. (3장 76쪽)

오랫동안 자치와 독립의 전통을 누려왔던 여러 도시들을 복속하는 과정은 더욱 단순 명료했다.

도시들은 부와 큰 영향력을 지녔었다고 하나 중앙의 군주들이 지닌 자원과 관료 절차상의 비중과 군사력에 맞설 수 없었다. (3장 77쪽)

귀족 길들이기.....귀족의 우월성에 대한 새로운 정당화를 제안했다. 군사적 기술이 더 이상

이탈리아 귀족들을 그들의 백성들로부터나 다른 나라의 귀족들로부터나 특별한 존재로 구별해주지 못한다면,

그들의 탁월함을 증명해줄 새로운 자격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3장, 84쪽)


'유럽'이라는 단어가 근대적 의미를 갖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시기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던 단어지만

자기규정적 집단성으로 '기독교 세계'라는 단어를 대체한 것은 르네상스를 거치면서였다......

언어에 일어난 이 변화보다 더 명료히 드러내주는 지표는 찾기 어렵다. (3장 90쪽)


자신이 살고 있던 사회가 직면한 주요 사안이라면 거의 빠뜨리지 않고 논평을 했던

셰익스피어가 그 단어 (자본주의)가 아직 발명되기도 전이지만,

자본주의에 관한 희곡 (베네치아의 상인)을 썼고

그 배경을 자본주의의 핵심적 발상지인 베네치아로 삼았다는 것은 놀랄일도 아니다. (3장, 95쪽)


그럼에도 다음세대의 뉴턴조차도 고대인들의 자연에 대한 통찰력을 언급했다.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탄 피그미에 관한 그의 논평이

신체적으로 손상된 외모를 가진 로버터 후크에 대한 모욕으로 의도된 것이기는 하나,

그것은 여전히 과거에 대한 그의 깊은 경의를 반영하는 말이었다. (3장, 1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