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깨어진 유리창에

보리밥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02. 5. 26. 07:48

보리밥

 

참 많이도 바뀌었지만, 아직도 바뀌지 않은 것이 몇 있다.

요즈음엔 보리, 그 청보리가 좋다고 야단이지만,

보리쌀, 그 보리에 대해선 모두 침묵한다.

사실은 보리밥 먹기가 쉽지가 않고,

 예전의 그런 보리밥이야 지금은 볼 수도 먹기도 쉽지 않은 터수이다.

 

지금도 어머니는 새벽에 일어나 보리, 순 꽁보리로 밥을 하신다.

보리밥을 한 번 앉혀 밥을 한 뒤라야,

생쌀과 섞어 밥을 지으면 군내 들나며,

제대로 익은 보리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표지에 청보리 몇 대궁을 찍어 둔 잡지를 보았지만,

정작으로 꺼먼 보리밥 한 사발을 찍은 사진을 보질 못했다.

그 조차도 먹기 힘들던 시절을 사셨던 분들에게야 축복이 달리 없었으니,

나 또한 보리밥 숭늉을 못잊어 가끔 그 밥집을 찾는다.

무릇 밥그릇은 속이 깊어야 정이 깊은 법이라서,

 

나는 못내 밥욕심을 버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