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에 대한 짧은 생각 하나
참으로 귀한 음식이었던 그것이
이제는 흔한 음식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짜장면을 먹을 때마다
새록새록 추억 속으로 떠난다.
무시무시한 파출소와 무기고 철조망을 뒤로하고
경화반점이 있었다.
(예나 이제나 나는 중국집의 청요리에 익숙치 않고,
요리라는 것은 주문조차 서툴다.
반점이라니, 이 얼마나 사치스런 집이름인가?)
뗏놈이라고 불렸던 그 주방장은
(사실은 화교가 아니라는 소문이 많았다)
우동 하나는 기가 차게 말았는데
속풀이 술국으로 아버님이 자주 드셨다.
그 뜨거운 국물을 "시원하다"고 하셨던
그 기분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여하튼, 아주 드물게 짜장면을 먹을 수 있을 때가 있었다.
손이 왔을 때였는데,
손님치레가 익숙치 않은 집안이라
짜장면이 호사였던 셈이었다.
단무지의 노란색은 부자의 색이라고 느꼈던 때가
바로 그 시절부터였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 짜장면의 색은
짜장의 카라멜 색이 아닌 노란색이다.
무에 곱게 물든 식용색소3호인가 무언가 하는.
하기야 대젓가락조차도 귀하던 시절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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