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깨어진 유리창에

짜장면에 대한 짧은 생각 하나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02. 5. 12. 07:44

짜장면에 대한 짧은 생각 하나

 

참으로 귀한 음식이었던 그것이

이제는 흔한 음식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짜장면을 먹을 때마다

새록새록 추억 속으로 떠난다.

 

무시무시한 파출소와 무기고 철조망을 뒤로하고

경화반점이 있었다.

(예나 이제나 나는 중국집의 청요리에 익숙치 않고,

요리라는 것은 주문조차 서툴다.

반점이라니, 이 얼마나 사치스런 집이름인가?)

 

뗏놈이라고 불렸던 그 주방장은

(사실은 화교가 아니라는 소문이 많았다)

우동 하나는 기가 차게 말았는데

속풀이 술국으로 아버님이 자주 드셨다.

그 뜨거운 국물을 "시원하다"고 하셨던

그 기분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여하튼, 아주 드물게 짜장면을 먹을 수 있을 때가 있었다.

손이 왔을 때였는데,

손님치레가 익숙치 않은 집안이라

짜장면이 호사였던 셈이었다.

 

단무지의 노란색은 부자의 색이라고 느꼈던 때가

바로 그 시절부터였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 짜장면의 색은

짜장의 카라멜 색이 아닌 노란색이다.

무에 곱게 물든 식용색소3호인가 무언가 하는.

 

하기야 대젓가락조차도 귀하던 시절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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