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복효근 시인의 [목련꽃브라자]를 옮기며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05. 12. 26. 21:30

 

딸 키우기가 쉽지 않다. 딸들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한 놈이 이리 튈 량이면, 또 한 놈은 딴 자리를 편다.

그러나 그것은 일견 계산된 자리일 경우가 많다.

아빠로서는 번번히 속아주는 셈이다.

아마도 딸들의 일기장에는 '속아주는 체하는' 아빠의 속셈이 빤히 드러나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 복효근 시인의 '목련꽃브라자'를 옮긴다.

나도 이제 여성 속곳을 파는 곳에 들어가는데 조금 익숙해졌다.

아마도 시인도 그러하리라.

 

 

목련꽃 브라자/복효근

 

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만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2005/천년의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