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불알
외할메는 함지박에 든 쇠불알을 집어 들고선 흥정을 했다. 마수걸이는 지루해지기 마련이어서 빼빼마른 손자는 곁에서 하냥 쳐다만 보다 참새잽이 사냥꾼을 기다렸다. 자주 골골 거리던 외손자는 곧잘 감기를 앓았고, 막소금에 누런 똥물끼 빠져나간 힘빠진 소좆은 무쇠솥에 뽀얀 곰으로 삭고 있었다. 쇠불알은 흔적도 없이 녹아 들어 하얀 곰국이 되면, 할메는 빼빼 마른 손자의 점심상에 곰국을 차렸다. 보리밥은 차가왔다. 워낙에 근기 있던 밥상이라곤 귀했던 시절이었으니, 축 쳐진 불줄기 곰국을 마다할 깜냥은 아니었으되, 가끔은 쇠불알 장수 아지메가 이 나간 사그릇으로 덤 삼아 퍼주던 소피를 좋아했다. 그러고도 자주 앓았던 기억은 있지만, 몇번의 청개구리 약탕을 먹고 나아졌던가, 그랬던가. 외할메는 참말 많은 꾼들을 불러 들였는데, 참새잽이꾼, 청개구리 약꾼, 쇠불알 장사꾼, 문뒹이 따개비 약장수도 그네들이었다. 버드나무 가지 끄트머리에 약솜을 무명으로 끄러매고 참기름 푹 찍어 혹덩이 달린 남의 속을 다스리거나 하던 반의사였으나, 외손자의 약골은 여린 살갗을 뚫고가는 은침 한 두 방으로 나술게 아니란 걸 아셨다.
소불알을 집어들어 흥정을 하던 외할메는 이제 엄마손에 들어와 산다. 다만 신기를 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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