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보름
잠시 잦아든 바람에 새벽안개 사이로 물줄기를 헤쳐 가던 풍경의 붕어는 절집 네 귀퉁이를 돌아 결국 제 자리에 지친 지느러미를 내린다.
일렁일렁 촛불이 타는 새벽, 정한 바위 골라 용왕 먹이실 어머니, 두 눈동자도 밤새 깨어 있을 것이다.
잰걸음으로 떠났보낸 열 나흘의 달, 고쳐 새로이 맞는 그 밤을 지나고서야 다시금 먼동이 트는 고샅길로 돌아오실 어머니의 두 눈을
나는, 차마 바라보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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