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깨어진 유리창에

술국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23. 6. 21. 21:00

자박자박 철둑길 간다

 

- 술국 한 줜자 사 온나.

 

개똥 옆에서도 쇠뜨기 풀자락 성성하고

비름풀 오도독 먹빛 퍼덕이는 밤길

 

토악질 눌러붙은 침목을 하나 둘 밟아

주전자 가득 가락국수 국물 철벙이며

경화반점 중국집 다녀오던 길

 

큰 곰 작은 곰 술국자 같은 별을 헤면서

예전의 걸음으로 따라서 가다 보면

 

이제는 술 끊으신 아버지 대신

화차는 멀리서 꺼이꺼이

술 트림이 잦다.

 

 

 

*1998년의 어느날로 기억한다. 

아버지가 먼길을 떠나시기 전이다.

경화반점은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철길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