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시코쿠 오헨로 순례길

시코쿠 오헨로길 8 - 도장값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9. 5. 25. 23:14

집 뒷산을 거쳐 절집을 다녀옵니다.

약사불을 모신 법당보다, 절집 서편의 지장보살을 먼저 찾습니다.

이제는 그 어딘가의 삶으로 환생하셨을 아버지를 빌기 위함입니다.

복이 되는 밭이라는 복전함에 천원 짜리 한 장 넣어 봅니다.

(어느 스님의 말씀따나 불교를 그리 싫어했다던 이황이 그려진 지폐입니다.)

이제 법당에 들러 약사불을 찾습니다. 영혼의 평화와 세상이 정의롭고 따스해지기를 빕니다.

동편의 산신당에 올라 우리네 절집에 스며든 산신과 혼자서 깨우쳤다는 독각할배도 뵙습니다.

 

일본의 절집에는 유난히 지장보살이 많습니다.

육(六)지장보살도 많습니다. 우리보다 기복적 성향이 강합니다. 

기복이야 우리네가 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네야 기복 뿐이겠지요.

여튼 절집에 들러 납경장이란 스탬프북에 도장과 手印 (묵서)을 받습니다. 얼추 3천원 꼴입니다.

한국 절집보다 훨씬 많이 내는 이 복전도 아닌 복전의 행위에 타박을 많이 받았습니다.

믿음이 얕은 자가 기대고 싶어하는 정말 참을 수 없는 영혼의 가볍움을 보여줍니다.

나의 세속과 천박함을 비웃는 이 납경장은

어떠한 영혼의 아름다움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 권도 아니고 두 권씩이나 되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