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시코쿠 오헨로 순례길

시코쿠 오헨로길 6 - 절집, 종교적 중소기업......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9. 5. 21. 02:41

법당 문은 닫혀있다.

억지로 억지로 창살 틈으로 본존불을 뵙는다.

우리네 절집 금당의 열린 문짝과는 차이가 있다.







스님들의 모습은 납경소에서 볼 수 있고,

어떤 절집은 주차료까지 챙기는 모습이 흡사 시설관리업체로 보여져 못마땅했다.

운펜지를 힘들게 올라가서 납경을 받는 와중에,

걸어왔는지를 알아듣지 못하는 내게 여러 번 묻던 스님의 질문은 도보 순례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배낭을 산문에 놓아두고 납경장만 들고온 도보순례꾼을 차량 순례객이 아닌지 주차비를 확인하는 것이리라.

년간 30만명 이상이 찾는다는 88사찰순례길.....납경과 납경료만 놓고 보면 중소기업과 다를 바 없다.


석수사이던가, 츠야도로 내어준 다다미 2층은,

청소도구를 찾는 길손에게 오히려 면박이다.

그 정도의 잠자리면 순례꾼들에게 오히려 과분하다는  눈치이다.

잠자리가 싫으면 떠나라는 인상을 짙게 받았다.


닫힌 화장실도 열어 解憂를 시켜도 모자랄 판국에

5시면 경내 화장실도 닫아버린다. 61번 사찰의 경내 주차장이 그랬다.

공중화장실이 인근에 없기에 어딘가 있다는 편의점까지 가야 한다.


88번 사찰이 아닌 별격의 사찰에서는

스님다운 스님들이 - 이렇게 부르는 것을 용서하시길 - 예불도 올리고

길손에게 거처도 내어주신다.

청대사, 동양대사 절집의 츠야도가 그러하고,

겸대사의 정자가 그러하다.

광명사의 젠콘야도가 또한 그러했다.

금전이 없는 곳에 인정이 넘치니 외려 역설적이다.

그런 절로 일어나는 고마움에 시코쿠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가.


개인 사찰이긴 하나,

사회의 낮은 곳을 향한 종교적 기여가 보이는 절집도 있어 다행이긴 했다.

사찰 문화의 현대적 해석이나, 노인 요양 및 의료 사업을 펼치는 절집도 보였다.

그런 종교적 기능이 있기에 시코쿠 순례길이 유지되는 것인지도.

그러나 나 같은, 스쳐가는 도보 순례꾼이 보기에, 이러한 선한 절집은 많지 않아 보였다면

나의 편견일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편견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