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의 발굿을 따라 떠엉떵 하늘이 찢긴다
서낭대 흔들려 싸리비 같은 서늘한 그림자
훑어가는 굿마당 하야니 버선코가 달뜬다
지상의 명주 질베는 파도를 잃어
목단꽃 함박꽃 용선을 밀어가면
쩌어억 거친 숨으로 살아오는 님아
슬픔도 아닌 것들 물색이 깊어지고
기쁨도 아닌 것들 또한 하늘가 적시어 먹먹해지면
고깔 아래 숨소리 더욱 가쁘다
나를 잊었느냐
너를 잊을까나
묵었던 소리에 살아나는 예의 날들
살아 용서받지 못할 것들 죽어 일어나
얇은 또 마른 입술로 달싹이는
별도 달도 저의 자리를 찾아가는
축시(丑時) 무렵
비손 치성차림 하이얀 떡살 향에 층층이 아롱질 때
이슬 머금은 바람은 사락사락 산 자의 상흔 위로 나리고
머언 먼 망강(忘江)으로 건너가는 사람의 뒷그림자
짚멍석 빈 자리에 푸른 새벽으로 닿는다
청마루에 잠시 별빛이 내려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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