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깨어진 유리창에

섬마을 폐교에서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23. 5. 9. 23:20

내 어릴 적 다녔던 초등학교에도 

책 읽는 소녀상이 있었다. 

저린 식의 양년(洋女-ㄴ?, 여성 폄하가 아니라 예전에는 그렇게들 불렀다) 소녀가 

제목 모를 책을 읽는 석고상을 왜 세웠는지는 의문이다. 

박정희 시대에 독재에 순응하는 인간상을 염두에 두었거나,

친일적 군국주의 사관을 강요하며 지배에 순응하는 계급의식을 잃어버린 인간상을  기대하였을라나?

더구나 이런 깡촌의 섬구석에 저런 도시적 감성의 소녀가 있었을 리 없거니와 

저 소녀가 읽고 있을 어떤 서책 또한 또 다른 사치였을 것이다. 

토깽이풀 뜯기에도 바쁜 시절이었으니.

 

우도의 폐교에서

아래 시멘트 상도 생뚱맞기는 매한가지다. 남자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과 축구공을 들고 있는 남자애와 그냥 여자아이,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아마도 자애로운 교사상을 상징하는, 위로부터의 기제로 보인다. 시선은 셋 모두 다른 곳을 향하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저런 화난 표정은 시절의 산물일지도. 지금도 가끔은 보여지는.

(내가 다녔던 국민학교에 있었던) 반공소년 이승복이 도시락을 끼고 있는 동상이 없다는데 위안을 삼으며, 폐교를 지난다.

 

섬집의 벽화. 도로시였던가, 안경을 썼든가는 기억에 없다. 

여튼 마녀가 두고 간 듯 빗자루 두 개가 평상에 놓여있다. 물색없기는 이쪽도 다를 바 없다지만, 귀엽기는 하다. 지붕의 빗물받이 빛깔과는 10문 7이다. 묘한 어울림이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