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 다녔던 초등학교에도 책 읽는 소녀상이 있었다. 저린 식의 양년(洋女-ㄴ?, 여성 폄하가 아니라 예전에는 그렇게들 불렀다) 소녀가 제목 모를 책을 읽는 석고상을 왜 세웠는지는 의문이다. 박정희 시대에 독재에 순응하는 인간상을 염두에 두었거나, 친일적 군국주의 사관을 강요하며 지배에 순응하는 계급의식을 잃어버린 인간상을 기대하였을라나? 더구나 이런 깡촌의 섬구석에 저런 도시적 감성의 소녀가 있었을 리 없거니와 저 소녀가 읽고 있을 어떤 서책 또한 또 다른 사치였을 것이다. 토깽이풀 뜯기에도 바쁜 시절이었으니. 아래 시멘트 상도 생뚱맞기는 매한가지다. 남자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과 축구공을 들고 있는 남자애와 그냥 여자아이,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아마도 자애로운 교사상을 상징하는,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