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인가 알제리의 알제를 갔던 적이 있다. 그곳의 한 호텔 뒷편으로 세르반테스가 갇혀있던 혹은 포로생활을 했던 곳이었다고 들었다.
어딘가 찍어둔 동굴 사진이 있을텐데......찾지를 못한다.
대신 알제의 호텔 가는 인근 도로의 벽면을 옮긴다.
알제리의 오랑이라는 곳 역시 하루를 묵었던가 어쨌던가 하면서 세르반테스의 얘기를 들었었다. 해적에게 붙잡혔을 때인가? 나의 기억이란.
당시의 오랑은 스페인의 지배하에 있었고, 오랑까지도 오스만제국과의 전장이었다.
역사는 그 당시의 오랑을 레판토 해전이라 기록하고 있다.
그래, 돈 키호테를 읽어보아야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고도 이런 나의 계획은 다시 몇년을 기다려야 했다.
2018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스페인 남부를 돌아볼 적에, 톨레도를 하루 코스인가로 다녀왔을 때,
세르반테스의 동상을 마주했다. 아. 이제 정말 읽어보아야겠다, 고 '다시' 생각했다.
인연은 결국 또 다른 어딘가의 삶에서 나를 찾는다. 그것이 삶이 아름다운 이유일거다.
만나야할 사람이라면 그 어딘가의 굽이에서 만나고야 만다, 그것이 삶의 철칙이다. 우리가 인연이라 부르는.
이 동상 뒤편으로 세르반테스 복장을 한 현지인이 무언가 스탬프도 찍고는 하였건만,
나는 시종 돈 키호테를 읽지 않고 이 톨레도를 방문한 것을 후회했었다.
이제, 책 이야기.
남포집 헌책방을 뒤적이다 시공사판-제너럴 전의 아들이 하는 회사라 불쾌했지만-의 돈 키호테 1권이 나와있기에 집어왔다.
2권까지 구하면 읽겠거니 했지만 2권은 나오질 않고......
며칠 전에 남포집에 들리니, 창비판 1, 2권이 나와있어 집어왔다. 번역이 조금 나와는 맞지 않았다. 다만 주석은 잘 달려있었다.
이런 평가는 열린책들 판을 보기전의 평가이다.
일테면 이런 구절이다. (제27장)
(카르데니오가 자신의 애인을 뺏은 페르난도를 비난하며 하는 말)
"오, 야망에 찬 마리오여, 잔인한 카탈리나여, 악랄한 실라여!
오, 사기꾼 갈랄론이여, 배신자 배리도여, 복수에 불타는 훌리안이여! 탐욕스러운 유다여! 잔혹하고 비열한 저 복수에 찬 배신자여!...."
주석없이 읽을 수 있는 구절이 아니다. 문화와 시절이 다른 우리로서는. 열린책들 판에서는 각주로 달려있음을 확인했다.
물론 맥락상 그냥 넘어가도 좋을 터,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도 누구를 빗대어 비날할 때이면 고전과 역사의 인물을 언급할 수 있기에-그런 시절은 자본에 휩쓸려 지나갔지만-왜 이런 인물들이 배반의상징으로 언급되었는지를 아는 것 또한 고전읽기의 한 즐거움일 터이다.
세간의 평가는 열린책들인가에 있는 것 같다.
아, 어쩔거나 이래저래 지출인데, '열린책들'판을 다시 사야하나?
창비판은 돈 키호테의 말 이름부터 조금 거슬렸다. 로신안떼? (그게 좀더 현지 발음에 가까울지 몰라도)
여튼, 일본어 중역이거나 과 축약본으로서의, 또 동서세계문학에서 시작된 나의 돈 키호테 여정은
이제 제대로 새로이 시작한다.
나이 오십 중반을 넘어서 돈 키호테라니! 편력기사가 되어 떠나는꿈을 꾸었던 돈키호테는 행복할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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