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년꽃
정규수의 품바타령에서 조금 어색했던 구절이 "오뉴월에 몽년향"이란 표현이었다.
치부책을. 이리저리 뒤적여봐도 초상도 잔치도 없어 맹탕이었던 새벽녘,
성깔 사납던 아낙이 있던 한 집에서 동냥을 하게되는 각설이,
집주인을 인물님이라 추켜세우며 찬밥 한덩이를 구걸하던 때,
집주인이. 제 흥에 겨워. 오뉴월의 몽년향이라고 기분을 표한다.
한데, 그 꽃이 목련이라면 오뉴월이 아닐 것이요, 다른 꽃 몽년이라면 꽃향기가 없다는 목단이 아닐런지. 종내 혀 끝에서 맴돌았다.
오늘 동묘 벼룩시장에서 "이른봄 몽년꽃"을 본다.
초춘이라는 한자 다음 글자는 흐릿하다.
동박에 가까운 저 꽃이 몽년꽃이라면. "오늘 아침 이 인물님의 기분이 오~뉴월에 몽년향이여"라던 그 인물님은 저 꽃과 같은 기분이려나.
따순밥 한 그릇에 타령 한 소절을 넘기던 품바의 기분이 저 그림 속의 꽃일려나.
따순밥 한 사발을 얻어먹고 떠나며, 품바의 육자배기 신사가 이어진다.
나로서는 "나 낼 모레 또 올라요이~"라는 구절이 늘상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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