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깨어진 유리창에

몽년꽃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7. 4. 22. 23:00

몽년꽃 
 
정규수의 품바타령에서 조금 어색했던 구절이 "오뉴월에 몽년향"이란 표현이었다.

치부책을. 이리저리 뒤적여봐도 초상도 잔치도 없어 맹탕이었던 새벽녘,

성깔 사납던 아낙이 있던 한 집에서 동냥을 하게되는 각설이,  

집주인을 인물님이라 추켜세우며 찬밥 한덩이를 구걸하던 때,

집주인이. 제 흥에 겨워. 오뉴월의 몽년향이라고 기분을 표한다.  
 
한데, 그 꽃이 목련이라면 오뉴월이  아닐 것이요, 다른 꽃 몽년이라면 꽃향기가 없다는 목단이 아닐런지. 종내 혀 끝에서 맴돌았다. 
 
오늘 동묘 벼룩시장에서 "이른봄 몽년꽃"을 본다.
초춘이라는  한자 다음 글자는 흐릿하다.

동박에 가까운 저 꽃이 몽년꽃이라면.  "오늘 아침 이 인물님의 기분이 오~뉴월에 몽년향이여"라던 그 인물님은  저 꽃과 같은 기분이려나. 
 
따순밥 한 그릇에 타령 한 소절을 넘기던 품바의 기분이 저 그림 속의 꽃일려나. 
 
따순밥 한 사발을 얻어먹고 떠나며, 품바의 육자배기 신사가 이어진다. 
 
나로서는 "나 낼 모레 또 올라요이~"라는 구절이 늘상 어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