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I-1 일상생활의 구조 상, 주경철 옮김, 까치
제1장 수數의 무게
(서문) 이미 1967년에 간행된 첫번째 권은 피에르 쇼뇌가 말한 대로 일종의 "세계의 무게 재기이며, 전산업화 단계에서 가능성의 영역이 어느 한계까지 펼쳐져 있는가에 대한 인식이다. 그 한계 중의 하나가 "물질생활"이라는 아주 광대한 분야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4세기 (15-18세기) 동안 지구의 인구는 아마도 두 배로 늘었을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30-40년마다 인구가 두 배로 늘고 있다. 물론 그것은 물질적 진보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이 진보에 대해서 인구수는 그 자체가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이다. 어쨌던 인구는...성공과 실패의 대차대조표를 보여준...지리적인 차별성이 드러난다. 어느 곳은 사람이 거의 없는 대륙인 반면 또 다른 곳은 이미 너무 과밀한 지역이며, 어느 곳에서는 문명 civilisation이 발달해있고 다른 곳에서는 아직 원시적인 문화 culture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 지리적인 차별성이야말로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가장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에 비해 가장 크게, 총체적으로 변한 것은 다름 아닌 인구 증가의 리듬 그 자체이다. (23쪽)
그렇지만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또 지방적인 차원에서나 거대한 스케일의 세계적인 차원에서나 모든 것이 인구수, 그리고 그것의 변화와 연관되어 있다. (24쪽)...인구증가의 압력은...국가가 번영하게 되는데, 이것은 재앙이면서 동시에 축복이다. 그리고 보통때보다 쉽게 가능성의 한계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인구가 늘어나게 되면 그 인구가 차지하는 공간과 인구가 누리는 부富와의 관계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해당 인구는 "문턱점 critical threshold"를 넘어서게 되고 그때마다 그 구조 전체가 새로이 문제가 된다. ...음식을 먹어치우는 입의 수와 힘들기만 한 음식 공급 사이에, 또 일손과 고용 사이에 균형을 다시 맞추어 주는 것은 결국 질병과 기근이다. 언제나 기근이 질병에 선행하고 또 동행한다. (25쪽)
어쨌든 지구 전체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어느 정도 동시적으로 진행되었던 이 변동들은....상대적으로 고정된 수치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상상하게 하고...한 곳의 인구를 알면 다른 곳의 인구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런 방식으로 인류 전체의 인구를 재구성 할 수 있을 것이다. (28쪽)
여기에서 이야기해야 할 사실 하나는, 이 대규모의 (신대륙에 유입된 유럽의) 질병들이 그때까지는 (신대륙의) 토착 인구를 대량으로 죽음으로 몰고갔다면, 그 다음에는 이것이 풍토병으로 정착했다가 새로 도착한 백인들을 주요 희생자로 삼았다는 것이다. (33쪽)
우리에게는 (인구수에 대해) 세부적인 사실은 중요하지 않으며 오직 크기의 규모 order of magnitude만이 흥미로울 따름이다. ...이 논쟁에서 실제 (인구수의) 계산을 수행한 ...그들은 지구상의 다양한 인구집단 사이에 고정된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매우 느리게밖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어떤 비율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전세계 인구는 거의 변화하기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즉 상이한 인간집단들 사이에 수치관계는 대체로 변화없이 유지 된다. (35쪽)
유럽의 경계를 멀리 우랄 산맥까지 확대하여...하나의 측정단위로서의 유럽을 고려할 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동일한 공간적 크기가 된다. (36쪽)...개략적인 것이든 아니든 이 (우랄 산맥까지 확장시킨 유럽과 가장 중요한 지방들에만 한정시킨 중국사이에) 대강의 동등성은 지구 전체 역사의 가장 뚜렷한 구조 중의 하나이며, 이것으로부터 우리는 세계 인구에 대한 개략적인 계산을 이끌어 낼 수 있다. (37쪽)
1300년부터 1800년까지 ...500년 동안 이 정도 (138%) 증가한 것은 ...거의 인식할 수 없는 정도의 움직임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장구한 시간 동안 인구가 아마도 두 배가 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인구학 적 전진 앞에서 경제의 위기도, 재앙이나 대규모의 사망도 무력했다. ...그것은 생활수준의 차원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이 전체의 압력에 적응해야 했다....그들은 (서구의 역사가들) 이 현상을 오직 유럽에 한정된 것으로 보는 반면, 많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인구가 늘어난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이루어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이 책에서 기록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당혹스러운 사실이다. (39쪽)
아프리카에는 오세아니아(에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200만의 인구를 부여한) 와 마찬가지로 1억이란 인구를 부여했는데 (40쪽)....17세기 중반의 아프리카에는 확실히 활기찬 인구가 ...16세기 중반이후 점증하는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흑인 노예무역으로 인한 유출을 감당해냈으며...이슬람국가로의 유출도 감당했다는 것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인구 유출을 잘 감당해내는 것은 어느 정도 생물학적 건강성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41쪽)...오늘날 북부아프리카와 이집트 인구가 동등하다는 점을 볼 때...오늘날 이 두 지역은 각각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약 1/10을 점하고 있다. 만일 이 비율을 16세기에도 인정한다면...1억이란 수치를 피하는 것만은 거의 확실하다. (42-43쪽)
결국 개별인구집단은 모든 자신의 독특한 증가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왜 모든 인구집단이 같은 시점 또는 거의 같은 시점에 증가했을까? 아마도 18세기의 경제회복과 함께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되었을 것이다....그렇지만 전세계에 걸쳐 일반적인 (18세기에도 계속된) 팽창이 새로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 전에 인구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팽창은 원인이라기 보다는 결과이다. 사실 사람들이 바라고 필요로 한다면 언제나 정복할 땅이 가까이 있었다. (49쪽)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공간은 결국 언제나 제공되어 있었는데 왜 같은 시간에 "지리적 콩종크튀르 conjoncture"가 작용했는가? 바로 이 동시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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