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I-1 일상생활의 구조 상, 주경철 옮김, 까치
제1장 수數의 무게
중국에서든 유럽에서든 18세기와 함께 무너진 것은 생물학적 앙시앵레짐이었다. 그것은 이때까지의 규준이었던 속박, 장애물, 구조, 비율, 수치의 관계 등의 총체였다. (85쪽)
출생률과 사망률의 두 계수는 약 40퍼밀로서 서로 비슷한 수준에 있었다. 출생이 가져온 것을 죽음이 가져갔다. (85쪽) ... 1637년 베로나에서는 페스트 때문에 인구의 반이 사망한 뒤에 병마를 피해갔던, 대부분 프랑스 인이었던 주둔군 수비병들과 과부들이 결혼하여 인구가 다시 회복되는 길을 되찾았다. ...이것이 (30년) 전쟁의 참화 때문에 절반 또는 1/4 정도가 파괴된 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보상현상이다. (86쪽)
일반적으로 도시는 외부로부터의 유입에 의해서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외부인들의 유입은 그들 스스로가 조직하여 찾아오는 것이 보통이었던 것이다. (87쪽)...18세기에 가서야 비로소 삶이 죽음을 이기기 시작했고...그러나 아직 역습이 가능해서...이렇게 통렬한 경보가 자주 발생한 것은 뒤늦게 이루어진 개선이 불안정했다는 것, 식량 수요와 생산의 가능성 사이의 늘 위태로운 균형이 언제 깨질지 모를 만큼 그 개선이 의심스러웠다는 것을 보여준다. (88쪽)
수세기 동안 내내 기근이 끈질기게 반복되어서 그 자체가 인간의 생물학적 체제에 편입되었고 일상생활의 구조가 되었다. 그나마 특출한 위치에 있었던 유럽에서도 곡가 상승과 곡물 부족은 사실 계속 일어났고 심지어 친숙했다. 일부 부유한 사람이 지나치게 잘먹는다고 해도 그것이 일반법칙을 바꾸는 것은 아니었다. (88쪽)
한편 도시들이 이러한 운명의 타격에 노출된 유일한 곳이라고는 속단하지 말자. 사실 도시는 습관적으로 탄원하는 데 익숙해 있었다. ...역설적으로 보이는 것은 흔히 도시보다는 그 주변의 농촌지역이 더 큰 고통을 겪었다는 점이다. 상인, 도시 영주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농민은 거의 비축물이 없었다. 식량 부족의 경우에는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도시로 몰려들어가 길거리에서 적선을 구하는 수 밖에 없었으며 (90쪽)....부르주아들의 잔혹함은 16세기말에, 그리고 17세기에는 더욱 심해졌다. 이들이 가진 문제의식은 빈민들이 자신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hostpital (당시의 뜻인 빈민 부랑인 수용 격리소에 더 가까운 뜻)로 보냈고, 성한 사람은 두 사람씩 사슬에 묶어 이 시 (파리)의 하수도를 청소하는 힘들고 지루한 일을 시켰다. (91쪽)...빈민, 광인 범죄자, 나아가서는 부모가 감시해달라고 부탁하는 아이들을 대감금 grand reinforcment 하는 것은 자신의 이성의 관철에 대해서도 가차 없었던 17세기의 합리적 사회가 보인 심리상태의 한 면모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마도 이 어려운 세기에 증대하는 빈곤에 앞에서 거의 피할 수 없었던 반응이기도 했을 것이다. (92쪽)
토머스 데크는 <구두장이의 축일> <정직한 매춘부2>에서 "사람들 무리 속에 소매치기가 끼어 있는 것이 확실한 만큼 성 미카엘 축제 때 손님들을 받은 갈보가 축제가 끝나고 나서 매독에 걸리게 될 것도 확실하다네." (102쪽)
18세기에 이 병(페스트)이 줄어든 것을 설명하는 데 외부적 조건들을 들라면 16, 17, 18세기 중에 일어난 도시의 대화재들 이후 목재 주택들이 석재 주택으로 바뀌어간 점, 실내와 사람들이 청결해진 점, 작은 가축들이 사람들의 주건공간과 멀리 떨어지게 되니 점등이 있을 것이며, 이것들은 모두 쥐벼룩의 번창을 억제하는 조건들이다. (104 쪽)
바로 이 1523년 여름에 파리으 페스트는 한 번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타격을 가했다. ...죽음은 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향하고 있어서, 이 불행한 사건 이전에 몇 푼의 돈을 받고 짐을 나르던 일꾼들이...수없이 많기 살고 있던 가난한 사람들이 깨끗이 청소한 것 처럼 사라졌다. ...사르트르가 이렇게 쓴 것이 맞는 것 같다. "페스트는 계급관계를 심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부유한 사람들을 면제시켜 준다." (107쪽)
인류가 최초의 동물상태에서 벗어난 이후, 그리고 인류가 다른 생물들을 지배하게 된 이후, 사람들은 그것들에 대해서 육식동물의 거시 기생 macroparasitisme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은 세균, 박테리아, 바이러스 같은 극미한 조직들로부터의 공격을 받고 있어서 그 자신이 미시기생 microparasitisme의 희생물인 것이다. (111쪽)
그러나 질병의 증가와 감소에서 인간만이-즉 인간이 가진 어느 정도의 취약성이나 어느 정도의 후천적 면역성만이-유일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의학사 연구자들은 희생자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병원체들 역시 자체의 특유한 역사가 있으며, 질병의 진화는 주로 이 병원체 자체의 변화나 변이에 따른 것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데, (111쪽)...
그리하여 인간은 적어도 두 전선에서 끊임없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하나는 식량 부족에 대한 것 -이것이 거시 기생의 측면이다- 이고 또 하나는 사람을 노리고 있는 많는 교활한 질병에 대한 것이다. 이 이중의 차원에서 앙시앙레짐 시기의 사람들은 늘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113쪽)
썰물은 그 이전의 밀물이 가져왔던 것을 결코 모조리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힘들지만 놀라운 장기적 상승은 그렇게 많은 것들이 거기에 의존하게 될 수數의 승리이다. (117쪽)
통상적으로 문명이 경주에서 승리를 거둔다. 문명은 "문화"에 대해서 승리를 거두고 원시종족에 대해서 승리를 거두며 빈 공간에 대해서 승리를 거둔다. (126쪽)...사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에 대한 정복이라기 보다는 (그들은 멸종되었으므로) 공간에 대한 정복이었다. 이제부터 이겨내어야 하는 것은 '거리'였다. (127쪽)
문화란 아직 채 성숙하지 않은 단계의 문명이다. 즉, 최적상태에 도착하지 않은, 그래서 성장을 확고히 하지 못한 단계의 문명이다. 그리하여 문명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이웃 문명으로부터 무수한 착취당하기가 쉽다. (131쪽)
시장에서부터 식민지까지는 한걸음 차이이다. 착취당한 쪽이 속이려고 하거나 항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곧 이것을 핑계로 정복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문화나 반문명이 무시할 만한 적수는 아닌 것이 사실이다. (131쪽)
이렇게 비슷한 수준에서 단순화시킨 역사의 운명은 전적으로 수數라든가, 단순한 힘의 작용, 전위차, 또는 단순한 무게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수세기 동안 놓고 보면 역시 수라는 것이 발언권을 가진다. 이 점을 잊지 말자. 물질 생활은 수를 통해서 일정한 규칙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그것은 보다 정확히는 물질생활에 대한 구속, 상수 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이 물질생활의 균형에서 중요하다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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