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박성룡의 果木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6. 12. 5. 20:50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은 이라면

박성룡의 시 [果木]과 연결시키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박질의 붉은 황토에 뿌리를 두고,

가지는 한낱 비바람 속에 중심을 잃고 출렁거리는 시간을 지나,

이제 멸렬하는 가을에야만

果木은 황홀한 빛깔과 무게의 은총을 지니므로,

이는 기적이고, 나는 신을 보는 시력을 회복하느니.

 "흔히 시를 잃고 저무는 한해, 그 가을에도."




                  果木


                                                             박성룡


果木에 果物들이 무르익어 있는 事態처럼

나를 驚愕케 하는 것은 없다.

 

뿌리는 薄質 붉은 황토에

가지들은 한낱 비바람들 속에 뻗어 출렁거렸으나

 

모든 것이 滅裂하는 가을을 가려 그는 홀로

황홀한 빛깔과 무게의 恩寵을 지니게 되는

 

果木에 果物들이 무르익어 있는 事態처럼

나를 驚愕케 하는 것은 없다.


…… 흔히 시를 잃고 저무는 한 해, 그 가을에도

나는 이 果木의 奇蹟 앞에서 視力을 회복한다.


              <신풍토>(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