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살고 있는 분들의 생활과는 별개로
순례길에 나선 헨로상들에게 있어 시코쿠는 경쟁력을 가진 곳이다.
2019년의 3월의 1차 순례에 이어 2023년 3월 다시 시코쿠를 찾았다.
지난 순례길에서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예전의 처음 그 감동은 조금 식어버린 느낌도 있긴 하다.
이제 그 길의 경쟁력을 짚어본다.
1. 시코쿠의 풍광의 형성 - 자연
풍광의 형성은 대부분 자연환경의 기여에 의한 것일 터이다.
일본의 경우는 해양성 기후조건에 따른 풍부한 강우량과
높은 산과 짧은 강으로 대표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의 차이를 기준한다면.)
우리와 다른 난방구조 (다다미방과 같은)와 이로 인한 땔감의 차이에 힘입어
삼림은 무성하고 이는 다시 풍부한 지하수와 높은 하천 수위 (하상계수)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따라서 시골길을 혹은 산 아래 들판을 걷고 있자면,
산과 강 그리고 바다까지의 다양한 풍광을 접하게 된다.
(다만 접근성에 있어서는 불리할 수도 있다.)
2. 시코쿠의 풍광의 형성 -인간
근대화 혹은 산업화를 겪으며 한국의 풍광은 모두 변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의식주 전체에서 그러하다.
고유 복장을 잃어버린 민족은 흔치 않은데, 우리가 그러하다.
그리고 그것은 가옥의 구조까지 서구화되고
과밀한 인구밀도로 인한 고층 아파트로 인해
풍광의 스카이라인을 지워버렸다.
일본의 시코쿠는 겉보기로는 최소한 전통의 목조가옥과 왜기와 지붕을 유지하고 있으며,
2층 내외의 가옥구조와 가옥의 (상대적으로 낮은 인구밀도의 이유도 있겠지만) 수평적 확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해서 집들은 산세를 가리지 않고 풍광과 어울린다.
이러한 풍광의 시대적 연속성과 지역적 유사성이
오헨로길이 가지는 경쟁력일 것이다.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이 실제로 편한 가는 다른 문제이고 이는 나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다.)
더하여 정원을 가꾸는 문화가 우리와 달라,
집집의 텃밭이 꽃밭이 되고 마당이 꽃밭이 되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3. 헨로미치, 길의 설계
이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말해준다.
차도 길어깨에 차도만큼 중요하게 -넓게- 배치된 인도.
(한국의 국도를 보면 이것이 얼마나 차이 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헨로 소로가 끝나는 곳에 배치된 편의점.
이런 부분은 세밀히 검토되지 않으면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경제적인 합의 없이는 불가능하고, 돈의 경제학 만으로도 불가능하다.
소위 지역사회의 기획이 없다면 불가능하기도 하려니와,
개인의 이기심과 욕망에 기운다면 더더욱이 불가능한 배치이기도 하다.
4. 편의점
일반 국도 곳곳의 일본 편의점은 우리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우선은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물건을 사지 않아도),
휴지는 늘 충분히 비치하고 있다. 비데는 덤이다.
편의점에서는 재활용 쓰레기를 수집하고 가연성 쓰레기도 버릴 수 있다.
넓은 주차장-순례객에게는 중요하달 수 없겠지만- 또한 매력적인 요소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부실하고 기름기 많은 도시락으로 길손의 건강을 해친다.
헨로들에게 화장실은 매우 중요한데, 심지어 주유소 화장실도 개방되어 있다.
*편의점 이외에도 헨로화장실이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어 길손들에게 잠시의 휴식을 준다.
이러한 곳의 휴게소 hut는 지붕과 벤치로 휴식과 野宿이 가능하다.
5. 헨로소옥과 지역사회
적당한 거리마다 배치된 헨로코야, 小屋 은 길손에게는 단비 같은 것이다.
마실 물을 확보할 수 있기도 하고, 화장실이 있으며,
지붕아래에서는 벤치와 긴 의자가 있어 텐트 순례객이거나 침낭 노숙 순례객에게 개방된다.
여러 형태의 무료 숙소들이 있어 헨로 길을 큰 비용 없이 순례할 수 있게 하는 데는,
헨로 소옥 역시 커다란 기여를 한다.
헨로 소옥의 유지는 - 청소, 전기 및 화장실의 운영 등- 지역사회의 지원과 자원봉사 없이는 불가능하다.
종교의 차원을 넘어서, 혹은 불교적 기반에 기초하여 그러하다.
* 사찰의 츠야도 通夜堂, 개인이 운영하는 젠콘야도 善根宿, 그리고 지역의 열린 다이시도 大師堂까지 포함한다면,
헨로 길을 유지하고 길손을 챙겨내는 시코쿠의 문화는 헨로상들에게는 헌신적이다.
6. 국가일본과 개인 일본인
국가 일본에 대해서 할 말이 많고도 많으며, 또 부정적이다.
개인 일본인에 대해서는
군국주의적 교육의 영향인지 상대를 너무도 배려하는 모습은 (좋건 나쁘건) 인상적이다.
(우리식으로 보자면 지나치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훈육과 의식구조로 이해될 수 있다.)
오늘 우리 사회가 지나친 자본주의화와 개인주의화 된 현실에 비추어보면
조심스럽지만, 개인 일본인은 경쟁력을 가진다. 순례객의 입장에서는.
길손에게 베푸는 접대, 오셋타이 문화는 길손을 감동케 하고,
그저 길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있는 길이란 것을 보여주었다.
일본어를 몰라도,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감동은
그것이 인간의 본래 모습인 한에 있어서 세계어인 셈이다.
(다만, 그것을 베푸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해 보인다는 점에서 貧者一燈 을 생각게 한다.)
7. 일본 사찰
납경 納經이란 형식이거나 찰소 札所의 의미에서 이거나
일본의 사찰은 여튼 스님이나 누군가가 사람을 맞는다.
(물론 납경료를 내긴 하고 이러한 납경이란 형식이 기복의 대표적 행위인 점에는 비판의 여지가 있겠지만.)
이는 신자로서 뿐 아니라 비신자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 사찰의 공간적 개방성과 종교적, 인간적 폐쇄성과 대비되어 잘 살펴보아야 할 지점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대사당 앞에서의 반야심경 낭송은 불교도로서는 배울 만한 점으로 생각된다.
(특히 남자 신도들에게 있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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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비용 측면의 경제적인 이유에서나 풍광에서의 이유에서나,
그리고 그 길에서 묻어나는 사람들 사이의 온정과 이야기가 있는 문화의 측면에서나
한국에서의 산티아고 길이나 시코쿠 길은 어렵다고 생각된다.
단지 길을 만든다고, 걸어갈 수 있는 노선이 생긴다고 시코쿠 헨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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