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

좋은 사진을 위한 10가지 생각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21. 12. 26. 19:45

늘상 카메라를 가져다 대어 보지만 좋은 그림을 얻지 못한다.

느낌이 좋은 장면에서의 거친 사진은 사진 뿐만 아니라 장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1. 사진, 빛으로 그린 그림

늘 모호한 빛을 담아왔다. 외려 선명한 대비가 뚜렷하도록 좀더 많은 빛을 담는 노력이 부족했지 싶다.
 
사진은 빛과 그림자의 앙상블이 아니던가.
 
빛을 담지 못한 나의 사진, 늘 어정쩡한 시각에서의

2. 계절과 하루의 시각이 보이는 

좋은 풍경은 그것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지 못한다.
사람이 있고,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보여진다면, 우리는 더 많은 생각을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계절이 보이고, 더하여 사진을 찍은 하루 중의 시각이 보이는 사진을 찍고싶다.
 
차라리 사람에게 집중했다면......

3. 구도, 의도된 의외성

주제가 조금 비껴진 장면은 낯설게 하기 같은 것이다.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 만드는.
 
그러한 의외성이 탄탄한 구도에 의해 획득된다는 것은 경이롭다. 
 
화양연화, 장만옥의 등 뒤로 더 넓은 배경을 가져간 것 같은.
 
의욕의 과잉이 빚어낸 구도들

 


4. 패턴,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 

인간의 성급함은 어디든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사진에서 또한 그러하다.
성질 급한 이가 만드는 사진은 보는 이부터 불안할 뿐더러
아름다움을 놓치게 한다. 아름다움은 기다려 얻어지는 것이기에.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그런 생각이 드는 사진을 많이 만들었다. 
조금더 세심하게 조금더 기다려서 조금더 다른 각도에서

 


5. 정지된 움직임, 다이내믹스 

사람에게 한정하더라도, 사진은 동적 대상에 대한 정지된 한 순간의 표현이다. 

이를 보여주는 사진 속의 동적 곡선을 흔히 놓치곤 한다.

움직임을 보여주는 정지된 풍경의 곡선들을.

 

눈이 좀더 밝아야 한다. 그러기보다는 넓거나 혹은 높아야 한다.

3차원 공간을 읽는 능력으로서.

 

다이내믹하게 그렸어야 하는 풍경들, 앵글과 위치와.

6. 눈, 눈, 눈

허탈해보이는 곳에도 장면이 숨어있다. 그렇게 믿고 싶고 또 실제 그러하다.

아주 작은 곳을 클로즈-업하거나 혹은 프레임을 바꾸어보거나 앵글을 옮겨본다면.

기억하자, 풍경이 되지 못할 사진은 없다.

다만, 풍경을 보지 못하는 눈이 있을 뿐이다. 카메라는 눈의 연장이자 확장이다.

 

모자라는, 한참 모자라는.

7. 노출, 정답이 없는 의도

무언가 목적이 있다.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사물에 눈을 들이대는 순간에는.
그런 순간의 목적을 필름이 읽는 순간이 노출이라면 그것은 숨겨지거나 혹은 과장된 의도이다.
있는 그대로를 그리는 것 역시. 의도일 것이다.
 
주제를 놓친 노출

8. 셔터 스피드, 순간을 순간이게 하는

카메라가 보는 순간, 그것이 필름에 녹아드는 '순간'이다.
 
두 아이가 모두 살려졌으면. 실루엣이나마.
차량의 흐름을 입혔으면

9. 배경, 아름다운 장치

우리가 집중할 때 우리가 배경에 포키싱될 때가 있던가?
 
얼만큼이 필요할까, 늘 고민스럽고. 얼만큼을 버릴까, 늘 잊어버린다.
 
딱 그만큼의 필요를 나를 늘 잊어버린다.
 
얼만큼 깊이 들어갈까, 늘 잊고 고민없이 그림을 그린다.
 
깊은 배경이 혹은 옅은 배경이 의도된 순간을 빛나게 하는 것, 그것을 잊는다.
 
산만함이 흐트려버린 시간

10. 눈이 보는 순간과 가슴이 보는 순간
카메라와 렌즈는 건조하다.
그러나 우리의 눈은 늘 젖어있다. 가슴도 젖어 있으려나.

무언가를 적시는 것은 그래서 우리와 닮아있다.

그런 사진을 찍지 못함은 카메라를 탓하거나 혹은 나의 무심함에 늘 핑계를 대는 거겠지만.

다시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