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

처서 무렵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06. 8. 20. 23:00

처서 무렵/ 이제인

 

너 떠나던 날

선운사 꽃무릇 보러 갔다

너와 나 사이에 더 남은 게

뭐가 있는가

버릴 것도 없으니

무엇이 될 수도 없다

몇 몇 천년을 태우고도 모자라

죽어서도 불붙고 있는데

살아서도 죽어있는

이 누추한 사랑쯤이야

뭐 어떠랴, 잘 가라

한때 생의 끝

회귀의 모천을 꿈꾸었던

사람아

울음처럼 터지려는

기억들

마저 털어내고

선운사를 떠난다. 청청한

이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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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칠월이 남아있긴 하지만, 8월 23일이 처서다.

모기도 입이 비뚤어지고,

새벽녘이면 시원한 기운이 있어 이불의 따스함이 느껴진다는 처서.......

더운 여름을 이기고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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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은 일본에서 건너온 외래꽃으로

꽃과 잎이 서로 다른 시기에 피어 서로 만날 수 없다고 하네.

해서 상사화로 불린다고 하더만.

고창 선운사의 꽃무릇과 함평 용천사의 꽃무릇이 좋다는데.

처서 무렵이면 꽃이 붉다는데.

올해는 시간내어 가 볼 수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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