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한 순간마다 깃대 높이 올리고, 앞서 나아간 이들.....그이들의 손에 쥐어진 것이 깃발이려니와, 가슴에 담긴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럿을 이끌던 이들이 함께 가야할 동지들을 위하여 내걸었던 것, 깃발에는 동질감의 표현 보다도 진한 무엇이 있습니다.
애국의 길이라고 이름지어 부른다면, 전쟁에서 나부끼던 깃발이었을 것이고, 투쟁의 길이라면 노동해방의 깃발이었을 것인데. 전후를 떠나서 깃발은 싸움의 산물임이 분명합니다.
유독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만이 태극에 사괘를 넣은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싸움과 애국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유약한 지식인이 상징으로 만들어낸 것이란 뜻이겠지요. 천지만물과 사람과 자연을 아울러 그려내었다고 설명이 달려 있긴 합니다만.
전쟁영화를 잘 보십시오, 무리를 이끌고 앞서 나선 이들이 깃대 높이 꽂아 흔들던 것, 피가 흘러 줄이 절로 생기고, 단지 조그마한 상징들이, 별이라든가 달이라던가, 그리하여 절로 깃발이 됩니다. 그게 정말 애국의 깃발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언제쯤 그런 깃발 하나, 제대로 걸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괜한 생각이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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