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깨어진 유리창에

감꽃 바다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0. 4. 22. 12:36

 

 

잠이 들깬 새벽녘

퉁퉁 불거진 고추를 잡고 오줌누러 춧담을 나섰다가

앞집 마당에 하얀 감꽃을 보았습니다.

 

삽작 동네 조무랭이들 감꽃 줍는 꼬라지를 지청구하며

통시깐 바가지로 감꽃 위에 똥물을 흩이고

앞집 자야 누나 노망난 할매는 작년에 가시고도

감꽃은 찰방찰방 하얀 머리칼로 내렸습니다

 

양철로 이은 흙 담부락을 지나서

감꽃 줏으러 가다가 오줌 누는 것도 잊었습니다.

 

깨금발로 깨금발로 다가 갑니다.

출렁이는 감꽃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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