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쯤이던가? 학생중앙 부록으로 딸려온 세계의 명화 명대사집에 실려 있던 내용이다.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 are sorry. 잘못된 오역의 사례이기도 하다.
사랑은 '네 잘못이야'라고 말하지 않는 것' 쯤이 바른 번역일 것이다.
어느 영화에서 상대에다 대고 "You are sorry."라고 말하는 걸 나는 본 적이 있다.
방글라데시의 경험이 많은? 한 사람에게 나는 방글라데시인들이 하는 영어의 '시제'를 잘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확인한 바로는 벵골어에 시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내게 해외 경험이 없느냐고 묻는다. 영어가 짧은 것은 아닌지, 라고 묻는 것이다. 글쎄다. 짧다면 짧다.
그러나 내가 이런 '기대하는' 시제를 잘못 알아듣는 이유는 아마도 다른 데 있다. Sorry라고 말하지 않는데서.
방글라데시 인에게 작업 지시한 내용을 물어보면 It's OK.
나의 이해는, 지시한 대로 되었다, 이다. 그들의 답변은 사실이지 그냥 내가 하는 말을 '이제 들었다', 쯤에서 그친다.
이러한 화법의 모호성이 나를 힘들게 한다. 어떤 경우에도 Sorry라고 말하지 않는.
다시 꼬치꼬치 물어보면, 이제 그것은 지시한 대로 되어있단다. 결과물을 보자고 하면, 지금은 없고 자기 책상에 있고,
그것도 나중에 퇴근해서 찾아서 보여줄 수 있단다.
나의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혹은 나의 화가 삭기를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방글라데시 경험자가 적어두기를, 화내는 쪽이 상황적인 '약자'인 것인양.
결국 세세히 들어가면 되어 있는 일이 없다, 그일에 대한 Sorry가 없는 것과 같이.
우리도 예전에 그랬을까? 이를 두고 식민의 잔재라느니. 영국식 주인과 하인의 관계라느니 하는 설명이 있다.
(주인은 어떤 명령도 Sorry할 이유가 없고, 하인의 Sorry는 책임과 질책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로 남겨진다는.)
나로서는 그런 설명보다는 근대적 시민사회로 진입하지 못한 농경시대의 잔재로 보인다.
'시간'이란 변수를 '돈'으로 고려하는 우리와 그렇지 않은 '신의 시간을 살아가는' 중세적 농경인들과의.
이제 얘기는 자연스레 시간으로 옮겨간다.
택배가 온단다. 그들은 언제나 정확한 시각을 얘기하지 않는다. 항상 "몇 시간 뒤"라고 표현한다.
One hour later, Two hour later 등등. 그러나 그때가 되어도 오지 않는다. 기다림은 종일, 나의 몫이다.
문제는 늦어질 경우에도 어떠한 사과나 통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기에 '당연하다'는 뜻인가는 의문이다.
(통보도 없고 Sorry도 없는 이런한 상황은 결이 좀 다르다. 우리는 배려의 부족으로 이해하지만.)
한 시간의 단위가 전래 인도의 시각 단위처럼 현재의 두 시간을 뜻할지도.
(우리도 '한 식경'이란 생활단위의 시간단어가 꽤 오래 쓰였었다.
상대적인 시간 단위이기도 하지만 자연의 흐름에 맞춘 시간 단위이기도 하다. )
모호성에 기대는 이런 표현은 농경시대의 표현이기도 하려니와
살인적인 방글라데시의 교통 인프라와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공간의 이동에 대한 시간을 특정하기 어렵거나,
시각을 특정할 수 없는 교통체증 그리고 이를 서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아울러 그것은 신이 주신 시간을 인간이 특정하는 불경을 피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들의 대답은 OK, No Problem이다.
그것은 우리식의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신이 주신 시간 안에서 기다려라' 쯤이다.
'곧, 문제는 너의 것이 아니다. 시간, 곧 신만이 해결해주신다' 쯤일지도.
힌두의 신이든, 무슬림의 신이든, 혹은 자연이든.
사랑이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란 것인가? 여기에서는.
'짧은 여행의 기록 > 방글라데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글라데시 단상 (13) - 제조업, 중국에 의한 의문의 1패 (0) | 2022.09.26 |
---|---|
방글라데시 단상 (12) - 전봇대를 세우는 방법 (0) | 2022.09.15 |
방글라데시 단상 (10) - 방글라데시에서 철을 얻는 방법 2 (0) | 2022.07.19 |
방글라데시 Kuakata 절집구경 (3) - Misri para 절집 (0) | 2022.01.08 |
방글라데시 단상 9 - 아름다움이란 (0) | 2022.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