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깨어진 유리창에

보자기에 담긴 마음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03. 4. 6. 07:54

보자기에 담긴 마음

 

그것은 무척 오랫만의 느낌이었습니다.

낡은 보자기를 든 사내와 아낙이 종종 걸음으로

산비알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본 것은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 였습니다.

 

언제고 외할머니가 잔치집에서 떡 한 조각과 눈깔 사탕 한 개를 고이 싸오시곤 하던

그 낡고 때 절은 손수건을 기억하게 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떡고물과 할머니의 따스함에 녹아내린 사탕이 범벅이 되어있곤 하였습니다.

지금은 그러한 손수건과 보자기를 보기 힘들어진 탓에

오늘 아침 그 모습은 꽤나 신선함으로 다가 왔습니다.

 

그렇지요.....우리가 잃은 것은 그 보자기나 손수건이 아니라

그 보자기에 넉넉히 담긴 마음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또한 그리움이지요, 지금은 다시 뵐 수조차 없는 외할머니에 대한.

 

그 보자기에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해집니다.

참기름 병이나 작은 된장 오지그릇은 아닐 터이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 요긴함이야 여전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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